전기료, 소득 적을수록 요금폭탄…누진제 전제부터 틀렸다

by한광범 기자
2020.10.18 16:31:48

공정거래원 지적…저소득층 지출 비중 가장 높아
월 100만원 미만 소득 대비 요금 8.2%…평균 7배
소득 적을수록 전기 적게 쓸거란 전제부터 잘못돼
"누진제 혜택 저소득층에 돌아가지 못해"

송전탑. 뉴시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주택용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누진제가 저소득층에 혜택을 주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소득층이 전기를 더 적게 사용할 것이라는 전제가 잘못된 탓에 오히려 저소득층이 누진제로 인해 요금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18일 공정거래조정원은 전력·가스·수도 분야 공기업의 거래 행태 등에 관한 현황분석 보고서를 통해 “월 100만원 미만인 저소득 가구의 경우 2인 가구를 제외하고 소득대비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타 소득·소비 수준 대비 전기요금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가정 700곳과 사업장 4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의 가구의 전기요금은 평균 4만897원으로 소득 대비 8.2%를 차지했다. 소득 대비 전기요금 비율은 모든 소득수준 중 가장 높았으며, 전체 평균(1.2%) 대비 7배 수준이었다.

특히 저소득층이 많은 1인 가구의 경우 이 같은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월소득 100만원 미만 1인 가구의 전기요금은 3만6964원으로 400만~500만원 소득 1인가구(9만4375원)를 제외하고 가장 높았다. 월소득 대비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8.2%로 0.8~1.6%인 다른 소득수준 가구에 비해 훨씬 높았다.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가전제품 사용 등이 늘어나며 전기요금도 더 높게 나올 것이란 예상과 사뭇 다른 조사 결과다.

공정거래조정원은“ “고소득 가구의 경우 가구구성원 모두 집에 머물기보다는 소득을 위해 외부에 머무는 시간이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반면 월100만원 미만의 소득가구는 가족 구성원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다”고 설명했다.



누진제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높은 단가를 부가하는 요금제다. 사용량 200kWh까지는 기본요금 910원에 1단계 요금 1kWh당 93.3원을 적용한다. 201~400kWh엔 기본요금 1600원에 2단계 요금 187.9원을, 400kWh 초과할 경우엔 기본요금 7300원에 kWh당 이용요금 280.6원을 적용해 요금을 책정한다.

정부는 1974년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요금을 부과해 전력소비를 억제하고 저소득층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누진제를 도입했다. 고소득층이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제도다.

이번 조사 결과는 누진제의 전제가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거래조정원은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의 소득자에겐 누진제의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부터 시작된 여름철 한시적 누진제 완화 정책에 대해선 응답자의 54.8%가 체감도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1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의 경우 할인이 미미했다거나 전혀 없었다는 비율이 62.5%에 달해 다른 계층에 비해 높았다.

이번 조사에선 한국전력이 추진하고 있는 원가연동제와 응답자의 전기 발전원료 선택이 가능한 경우 안전·환경을 고려한 요금제를 선택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한 수용 가능한 요금인상 수준에 대해선 ‘5% 이내 인상’이 50.4%, 10% 이내 인상이 27.7%였다.

공정거래조사원은 “소비자들도 자신이 사용하는 전력에 있어 환경성을 깊이 고려하고 있고 일부 요금인상도 감내할 의사가 있다”며 “전력공급거래에서 자신의 선택권이 보장받길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