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밥, 정장, 눈치휴가` 없애는 삼성 실험 성공할까

by김상욱 기자
2009.04.07 11:08:21

삼성전자 자율근무·순환휴가제 도입
`관리의 삼성`에서 `창조의 삼성` 추구
재계, 엇갈린 반응..성과에 `관심`

[이데일리 김상욱기자] `넥타이 풀고 오전 중 느긋하게 출근, 한달에 한번은 휴가를···"
 
새벽밥 먹고 정장에 넥타이를 갖춘 뒤 회사를 향해 아침마다 줄달음쳐야 했던 삼성전자 직원 A씨. 그는 이제 캐주얼 차림으로 오전 10시쯤 출근할 수 있게 됐다. 연월차를 이용, 월 한번은 주말을 끼고 2박3일을 즐기는 여유도 누리게 됐다.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삼성전자의 다양한 실험이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일찌감치 복장 자율화(정장 탈피)를 선언하더니, 아예 출근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도록 한 자율근무제 도입을 선언했다.
 
이어 연·월차를 활용한 순환휴가제를 실시하는 등 삼성으로선 파격적일수도 있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변화는 `관리`라는 단어로 대변돼 온 삼성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목표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의 조직문화로는 `창조경영`과 `초일류`라는 화두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것. 

삼성전자(005930)의 이같은 변화가 어떤 성과를 이끌어 낼 것인지를 놓고 벌써부터 다양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전자의 위상, 재계에서 삼성이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감을 감안하면 이번 실험결과는 업계 전체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가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디지털프린팅사업부를 포함한 일부 조직에서 자율근무제 시범운영에 돌입했다. 각 개인이 출근시간을 자유롭게 정하고 규정된 시간만 근무하면 된다. 앞으로 두달 가량의 시범운영기간을 통해 단점을 보완, 전 사업부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자율근무제 도입과 관련, 앞으로 조직운영의 무게중심이 `시간`에서 `성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조직문화를 만들라"는 이윤우 부회장의 주문처럼 과거 조직문화를 버리고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셈이다.

여기에 앞으로 직원들이 월 1회 주말을 이용해 2박3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순환휴가제도 도입했다.  연월차 수당 절감 효과도 있다. 연말에는 28일부터 31일까지 휴무에 들어간다. 연말의 경우 휴가를 적절하게 이용할 경우 최대 10일까지 쉴 수 있다.

이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조직운영에서도 `형식`보다 `실질`을 중요시하겠다는 의미라고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대신 창의적 인간을 지칭하는 `호모 크레아투라(Homo creatura)`로 변화하라는 주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한 비즈니스 캐주얼 역시 출발점은 같다.



특히 이같은 변화들은 궁극적으로는 이건희 전 회장이 수차례 강조해온 `창조경영`이라는 화두와 통하고 있다. 이번 자율근무, 순환휴가 도입과 같은 변화가 비단 삼성전자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파격적일수도 있는 시도에 나서면서 재계에서도 그 배경과 성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재계는 자율근무나 순환휴가라는 제도 자체가 단기간, 그리고 외형상으로 성과를 측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인 만큼 이른 시간내에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입장이다.

따라서 아직 다른 기업으로의 확산여부를 가늠하기도 현재로선 어렵다. 재계에서 "가능하겠느냐. 당장 힘들 것 같다"라는 반응에서 "삼성이니까 가능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요인들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자율근무제라는 것이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라며 "적게는 몇천명,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수만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큼 오히려 더 많은 자원을 낭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서 과감히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삼성의 강점"이라며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삼성이니까 가능한 시도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와관련 삼성의 한 관계자는 "`관리의 삼성`을 벗어나 `창조의 삼성`으로 변화하기 위해선 기존의 틀을 버려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라며 "이미 상당기간 전부터 해외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하는 등 내부적인 준비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즈니스 캐주얼, 자율근무제, 순환휴가 등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