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기업강국)①"결함제로 에쿠스, 이렇게 만든다"

by김보리 기자
2009.03.25 11:25:48

"불경기? 에쿠스라인, 잔업에 주말야근까지 잡혀"
근로자들 주당 20시간씩 명차 교육
슬로비디오같은 컨베이어..숙련공의 경륜과 정성 극대화

[이데일리 김보리기자]
 

 
 
"명차(名車)를 만드는 힘은 명차를 만든다는 근로자들의 생각에서부터 나옵니다."

지난 12일 현대자동차(005380) 울산5공장 내 신형 `에쿠스` 생산라인. 이 곳에서 만난 강용구 작업반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신형 에쿠스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내 손으로 최고급 차를 만든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고 했다. 에쿠스 생산라인에서 일한다는 것은 울산공장 내에서도 자랑거리다.  
 
신형 에쿠스는 현대차가 글로벌 명차시장에서 새 강자로 부상하겠다는 계획 아래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 온 야심작이다. 대중차와 럭셔리 세단을 아우르는 명실상부 글로벌 톱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래서 이 곳 작업자들은 세계 명차를 만든다는 자긍심으로 세밀한 부분까지 한번 더 점검한다고 현대차는 설명한다.  
 

 
지난 12일, 기자가 찬 시계 시침은 정확히 밤 9시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에쿠스 라인 근로자들의 손놀림은 말 걸기 조차 미안할 정도로 분주했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전세계 자동차 공장이 조업단축에 들어갔지만, 신형 에쿠스 라인은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 현대차 울산 5공장 1라인에서 근로자가 신형 에쿠스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울산5공장  의장1부 한 근로자는 "신형 에쿠스는 출고가 개시되자마자 무섭게 지역출고센터로 바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야적될 시간조차 없다"고 전했다.
 
신형 에쿠스의 하루 생산대수는 80대로 한달간 총 2000대 가량을 생산한다. 출시전 사전계약대수가 2400여대인 점을 감안하면, 한달치 이상 물량을 이미 확보해놓은 셈이다.
 
이같은 선주문 물량으로 `에쿠스` 라인은 매일 주야간 각각 10시간씩, 하루 20시간 조업할 정도로 풀가동되고 있다. 토요일에도 주말특근이 잡혀있다고 한다.
 
의장1부 한 근로자는 "뉴스에선 연일 자동차 공장의 가동중단 소식을 전하지만, 우리는 주문이 밀려 매주 6일씩 근무하고 있다"며 "요즘같은 불경기에, 그것도 소형차가 아닌 최고급 차를 만드는 라인에서 특근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곳 라인 근로자들의 교육수준도 최고다. 지난 2006년 11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설비공사 당시, 480여명에 이르는 근로자들은 휴가 대신 주당 20시간씩 고급차에 대한 이해와 신기술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한 근로자는 "2007년엔 5공장 근로자들이 전원 조를 나눠서 일주일씩 남양연구소에 입소해 명차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듯 일하면서 공부도 하게되니 직원들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게다가 20년 이상 현장에서 갈고닦은 숙련공들이 여느 공장보다 많이 포진되어 있다는 사실은 현대차가 신형 `에쿠스`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에쿠스 라인에 들어서면 컨베이어가 정지해 있는 것 같은 착시가 잠시 일어난다. 
 
투싼을 만드는 1라인을 지나 에쿠스를 생산하는 2라인에 들어서자 기자는 마치 `슬로 비디오`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이 일었다. 컨베이어 벨트에 뛰어올라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키지 않으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 현대차 울산 5공장 내 의장공장의 모습
통상 컨베이어의 속도를 나타내는 척도는 시간당 생산대수(UPH). 속도가 느릴수록 UPH가 낮다. 신형 에쿠스는 불과 13대로, 투싼(37대)의 3분의 1 수준이다. 
 
의장 51부의 김학대 차장은 "신형 에쿠스가 명품이 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는 컨베이어 벨트의 서행"이라며 "숙련공들이 보다 꼼꼼하게 정성을 쏟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어를 장착하는 곳에 이르자, 작업반장이 리모컨 버튼 하나를 눌렀다. 순간 차를 받친 선반이 자동으로 근로자의 허리 높이께로 올라왔다. 이는 에쿠스 라인에만 적용되는 `플랫폼 대차 방식`으로, 조업자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에쿠스에 색을 입히는 도장과정에는 `수연마` 과정이 추가됐다. 개발팀의 박진영 차장은 "도료를 칠한 면에 생긴 미세한 요철을 연마해서 매끄럽게 만들어 최종 광택감을 더 고르게 뽑아내는 과정이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차량 외관에 대한 품질검사도 한층 강화됐다. 공장 관계자는 "흠집 한 건을 찾아내면 가산점을 주는 방식을 도입했다"며 "외관 검사를 꼼꼼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완성차의 모습을 갖춘 16대 차량이 `오케이 라인`에 줄지어 섰다. 이 곳에서는 실내검사에서부터 엔진 배치, 심지어 라디오 주파수까지 세밀한 검사가 진행된다.  
 
▲ 현대차 울산 5공장 내 테스트 라인의 모습

이어 테스트 라인에서는 정지상태에서 시동을 걸어 바퀴의 움직임, 각도 등을 모니터를 통해 확인한다.
 
이제서야 새 차는 공장을 빠져나와 왕복 2Km 구간의 주행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다른 차와는 달리 신형 에쿠스는 이 과정에서도 엄격한 절차를 하나 더 거친다. 1시간 가량의 주행테스트다.   
 

울산만이 훤히 보이는 주행시험장에서 기자는 테스트 차량에 동승했다. 면장갑을 낀 채 핸들을 잡은 전문드라이버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워낙 고급 차이기 때문에 주행과정에서 미세한 스크래치라도 생길까봐 항상 면장갑을 낀다"고 말했다. 또 "옷에 있는 금속 단추도 금지돼있어 플라스틱으로 처리된 전용 점퍼만 입는다"고 설명했다.
 
드라이버는 우선 자갈길, 깨진 도로길, 물결무늬길 등 승차감로를 지나면서 차체의 떨림과 주행감을 체크했다. 뒤이어 고속주행로로 넘어가자 계기판은 시속 200Km를 넘나들었다. 
 
거의 한 시간의 주행테스트 동안 기자는 아무런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다.  드라이버는 그러나 검사지에 `리얼 루프에 소리 남. 조치 필요`라는 메모와 함께 차량을 다시 공장으로 돌려보냈다.
 
그는 "하루에 15대 가량을 오전,오후로 나눠 주행하면서 실제 운전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소비자 입장에서 체크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전에 티끌같은 오류도 다 잡아내는 것이 목표라며 그는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