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기업 외화예금 급증세 주춤

by하수정 기자
2008.09.03 11:32:24

8월말 6개 은행 외화예금잔액 감소세 전환
기업, 달러 확보 심리 완화 가능성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사상 최대폭으로 늘어났던 외화예금 잔액이 한 달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입 기업들이 외화예금에 묶어 놓았던 달러를 팔았거나 추가 예치금을 줄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기업들의 심리적 쏠림이 완화되는 징후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기업 등 6개 시중은행의 8월말 외화예금 잔액을 집계한 결과 지난 달 말 179억달러로 7월 말 대비 16억4600만달러, 8.4% 감소했다.

지난 7월 전달대비 16.2%나 급증했던 6개 은행 외화예금 잔액은 한 달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각 은행별로도 일제히 감소세를 나타냈다.

외환은행(004940)의 외화예금 잔액이 62억4200만달러로 전달대비 7.9% 줄었고 우리금융지주(053000) 소속 우리은행의 경우 10.4%나 감소한 32억7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신한금융(055550)지주 소속 신한은행은 11.9% 감소한 30억7200만달러, 하나금융지주(086790)소속 하나은행은 2.67% 줄어든 22억1600만달러로 집계됐다. 국민은행(060000)과 기업은행(024110)의 경우 16억5100만달러, 14억4600만달러로 6.9%, 8%씩 줄었다.



외화예금은 수출입 기업들이 80~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학생, 출장자들을 위한 개인예금은 10~20% 정도다. 따라서 수출입 기업들의 자금운용에 따라 외화예금잔액 추이가 결정된다.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달러예금을 찾아 실수요로 사용했거나, 지난 7월 쌓아뒀던 달러를 환율상승에 따라 차익 실현한 물량이 다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영한 국민은행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은 "시장에서 한번 쏠림현상이 일어나면 달러를 미리 사놓거나 최대한 매도시점을 늦추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더욱 불균형이 심화되곤 한다"면서 "7월에 몰렸던 달러예금이 감소했다는 것은 이 같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하나의 대체지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탁구 KB선물 과장은 "지난 7월 당국의 개입으로 환율이 하락하자, 기업들은 인위적으로 끌어내린 환율가격으로 싸게 매도하고 싶어하지 않았다"면서 "외화예금으로 달러를 예치해두었다가 지난 달 차익 실현해 외화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화예금이 직접적으로 환율 추세와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심리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지난 달 14일 발표한 7월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243억5000만달러로 전달대비 50억9000만달러(26.4%)나 급증, 통계가 집계된 지난 2003년 이후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