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승찬 기자
2007.01.08 13:30:00
환율하락에 파업에..이익률 4년연속 하락세
연초부터 노사갈등 최고조.."노조 비협조 걸림돌"
정몽구 회장 "특유 조직력으로 위기탈출" 주문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정말 어려운 문제죠. 휴~"
지난 달 14일. 기자와 만난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환율에 대한 질문에 대답 대신 한숨을 먼저 내쉬었다. 6년째 현대차를 이끌어오고 있는 그이지만 이번 만큼은 가슴이 답답한 모양이었다.
품질을 더욱 높여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원가절감 등 허리띠도 졸라매겠다는 다짐이지만, 코앞에 닥친 환율하락에는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차의 노사관계 악화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노조가 성과급 삭감을 이유로 현대차 사장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회사측은 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현대차 노사관계는 이미 선을 넘어서고 있다.
노사간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면 그만큼 위기극복 노력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환율위기과 노사관계 악화 등 올해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환율하락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초 환율하락을 우려해 과장급 이상 전직원들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임금을 동결을 결의하는 초강수까지 꺼내들며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또 수출지역을 다변화하고 달러결제 비중 축소하는 등 다각도의 대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환율하락 속도를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현대차(005380)는 환율하락에 노조의 파업까지 겹쳐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927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1.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무려 40.4% 급감한 9889억원에 그쳤다.
기아차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703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누적 당기순이익은 396억원에 불과해 전년 동기대비 90.5%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에 기아차(000270)는 43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지난 98년 경영정상화 이후 8년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나타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무리 원가절감 등 채산성을 높여도 환율이 조금만 떨어지면 엄청난 매출 감소와 수익성 하락을 감내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차가 환율하락에 이처럼 쉽게 노출되는 것은 사실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현대·기아차의 해외판매 비중은 76%에 달한다. 아무리 유로 등으로 결제통화를 다변화하고 헤징 매칭 등 환율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법을 동원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매출 구조다.
게다가 부품국산화율은 97%를 넘는다. 부품 등의 수입을 통한 환율하락의 상쇄효과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환율 하락분이 매출이나 손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현대차의 경우 달러/원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1200억원 가량의 매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경영계획상 기준환율은 950원으로 잡았지만, 벌써 달러/원 환율은 900원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작년 현대·기아차의 수출목표인 306억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매출은 약 2조5000억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기준환율을 지난해보다 50원 낮춘 900원으로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만큼 올해도 환율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뜻이다.
또 엔화의 약세는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차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김동진 부회장은 "엔화 약세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엄청난 이익을 누리고, 우리는 불이익이 크다"며 "유로화, 파운드화 등 바꿀 수 있는 건 다 바꾸고 있지만, 솔직히 환차손을 감당할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현대차의 노사갈등도 심각한 고민거리다. 성과급 50% 삭감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새해 벽두부터 울산공장 시무식장을 아수라장을 만드는 진통을 겪으며 사회적 이슈로까지 부각되고 있다.
▲ 현대차 노조원들이 본관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특유의 조직문화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당부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