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인 기자
2006.08.24 11:24:07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미국 부동산 경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발표된 부동산 지표와 대형 주택업체들의 실적 전망은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강도높게 진행된 긴축정책이 시장을 압박해 온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가 연착륙에 실패할 경우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주택시장이 앞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침체가 미국 경제의 중추인 소비를 둔화시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과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 부동산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을 점검하고, 글로벌 시장상황과 부동산 투자시 점검해야 할 요인들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둔화가 점점 더 심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모기지 금리가 오르고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는 등 모멘텀을 상실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미 전역으로 확산된 주택시장 둔화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판단이 대세를 형성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둔화가 연준의 금리인상을 막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집 값 하락이 소비둔화로 이어져, 미 경제 성장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상태다.
전미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는 7월 기존 주택판매가 4.1% 감소한 연 633만채(계절조정치)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4년 1월이후 2년반 최저 수준이며, 전문가(마켓워치 집계) 예상치인 656만채보다도 많이 적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주택시장 둔화에 대한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와 전망을 전했다. 주택시장 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이후에 더 가속화 될 것이라는 의견 일색이다.
JP모간의 하십 아메드는 "기존 주택시장의 수급균형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며 "수급 불균형은 이미 급속한 가격 하락에 반영돼 있고, 단기적으로 꾸준히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전년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진 않지만, 향후 수개월간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RBS 그리니치 캐피탈의 오마 샤리프는 주택시장 둔화가 미 전역으로 확대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북동(-5.4%), 중서(-5.9%), 남부(-1.2%), 서부(-6.4%) 등 주택수요 감소가 전 지역에서 목격됐다"며 "올 여름에 시작된 주택시장 냉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BNP파리바의 리처드 일레이는 "주택시장의 부진이 가속화되고 있고 수급은 점점 더 정상상태를 벗어나고 있다"며 "최근 경제지표들을 볼 때 가격 하락 압력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한 "예상했던 대로 주택시장의 부진이 개인 소비지출 둔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어스턴스는 주택시장 둔화로 인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9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FRB가 주택시장 둔화가 미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판단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판단이다.
이어 7월 기존주택 판매가 예상보다 더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8월 모기지 신청건수와 건설업계 심리 등을 고려할 때 8월에는 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7월 신규주택 판매 역시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글로벌 인사이트의 브라이언 베튠은 매수자들의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택가격이 급락하고 모기지 금리가 정점을 찍어 새로운 매수자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시장 부진은 몇 분기간 지속될 것이나, 예전만큼 심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