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나이가 싸우면 밥값이 오르나요?[궁즉답]
by전재욱 기자
2022.03.06 14:40:11
세계식량지수 지난달 역대 최고로 상승
원인 여럿이지만 러시아·우크라 전쟁 여파 한몫
한국 두 나라 의존 낮아 당장 대응여력 있지만
글로벌 곡물시장 유기적이라..사태 장기화는 악영향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세계 곡물 시장이 출렁하면서 국내 식료품 물가도 들썩일지 우려가 커진다. 당장 한국이 두 나라에 식량을 크게 의존하지는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밥상물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40.7포인트를 기록해 전달(135.4포인트)보다 3.9% 상승했다. 지수는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5개 품목군(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각각으로 매월 작성해서 발표한다. 24개 품목의 국제가격동향(95개)을 조사해 산출한다. 2014~2016년 평균을 100포인트로 잡는다. 이 지수가 140포인트를 넘은 것은 산출을 시작한 이래 지난달이 처음이다. 가격이 급등한 원인은 생산과 물류 차질 등 복합적이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가 지난해 밀 수출 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은 29%에 이른다. 지난 4일 국제 곡물시장에서 미국산 소맥 선물(5월 인도분) 가격이 사상 최대인 1210달러(5000부쉘당)를 기록한 것은 이런 여파로 해석된다.
국내 식료품 제조업계는 미리 거래해둔 품목(선물 거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관건은 시간이다. 선물 거래분이 동나면 오른 가격에 물품을 조달해야 해서 비용이 솟을 수밖에 없다.
종합식품회사 관계자는 “제조사로서는 조달 차질 사태를 맞는 게 가장 치명적인 시나리오”라며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조달 비용이 오르게 되고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일부 식료품은 조달에 차질을 빚어 대체품을 찾아야 할 형편이다. 한국은 명태 수입량의 97%를 러시아에서, 해바라기씨유 수입량의 58%를 우크라에서 각각 들여온다. 경제 제재와 전쟁 격화에 따른 무역 중단이 광범위하게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해당 품목은 조달할 수 없을 수준에 치달을 수 있다.
다만 지금 당장은 대응할 여력이 있다는 게 업계 체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이 러시아와 우크라 두 나라와 무역을 하면서 많이 다루는 식품(원자재)은 밀과 옥수수이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의존이 큰 편은 아니다.
지난해 전체 밀 수입량 가운데 우크라산이 6.5%, 러시아산이 2.6%를 각각 차지했다. 옥수수는 러시아산을 4.4%, 우크라산을 1.5%를 각각 들여오고 있다. 소맥과 옥수수를 활용하는 국내 주요 제분회사와 사료회사는 원료 대부분을 미주 대륙과 호주 쪽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수위권의 제분회사 관계자는 “소맥은 대부분은 미국에서 조달하고 있어서 공급이 중단되는 리스크는 없다”며 “앞서 확보해둔 선물 물량도 넉넉해서 당분간은 가격 상승에 대처할 여력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살폈듯이 관건은 사태 장기화다. 식품회사 관계자는 “기업이 곡물 리스크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고 어디까지나 현상에 대한 대응 차원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국가 차원에서 낮은 식량 자급률을 끌어올리지 않고서는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