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의 역설`…"거리두기 강화할수록 `정점` 늦어진다"

by양희동 기자
2022.02.17 10:28:36

델타 우세화 이후 작년 8~10월 강력한 거리두기
하루 확진 1000~2000명대 유지…겉으론 안정세
11월 ''위드코로나'' 직후 한달만에 급격한 ''정점''
오미크론도 완화시 단기간 30만~40만 급증 우려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확산으로 신규 확진자가 17일 0시 기준 9만 3135명을 기록하며 또다시 역대 최다치를 경신, 이틀 연속 9만명대를 이어갔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 시기와 규모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오미크론 우세종화 시점부터 5~6주 후를 정점으로 보고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최대 17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우세종화 직후인 지난달 26일 확진자가 1만명을 넘은 이후 1주일 주기로 더블링(확진자 2배 증가)이 나타나고 있어, 현재까지는 정부의 예측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오는 21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할 경우 3월 중순 30만~40만명을 넘길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반면 거리두기를 유지하면 지난해 델타 변이 확산 이후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실패 사례처럼 정점의 시기와 규모 예측이 더 어려워질 우려도 있다.

최소한의 방역을 하면 정점의 규모는 커지지만 시기가 빨라지고, 최대한의 방역을 하면 정점의 규모는 줄어들지만 시기는 지연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고양이 그래프. (자료=tvn 갈무리)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올 1월 3주차(1월 16~22일)에 오미크론이 우세종화된 이후 하루 신규 확진자는 같은달 26일(1만 3012명) 1만명을 넘어선 이후 이달 2일(2만 270명) 2만명, 5일(3만 6362명) 3만명, 9일(4만 9567명) 4만명, 10일(5만 4122명) 5만명을 각각 넘어섰다. 10일부터 15일까지 엿새간은 주말 효과와 신속항원검사 키트 부족 등으로 5만명대를 유지했지만, 평일로 접어들면서 이날엔 7만~8만명대를 뛰어넘고 곧바로 9만명대로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하루만에 3만명 이상 급증한 것으로 보이지만, 1주일 간격으로 더블링이 나타나고 있어 주간 단위로는 일정한 속도가 유지되고 있는 모양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일(16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수요일 확진자가 화요일 대비 증가하고 있는 것은 주말 검사량 효과로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현상”이라며 “숫자로는 많이 증가하였지만 비율적으로 본다면 보통 화요일에서 수요일로 넘어갈 때 증가 추이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오미크론 유행 정점을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최대 17만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현재까지는 1주일 간격인 더블링 주기를 감안하면 이달 말엔 18만~20만명으로 예측과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델타 변이가 우세화된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추이. 우세종화 이후에도 강력한 거리두기로 인해 8월~10월까지 하루 확진자가 1000~2000명대로 유지됐지만, 위드코로나 이후 급격하게 정점을 찍었다. (자료=질병청·단위=명)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할수록 유행의 기간은 길어지는 ‘방역의 역설’로 인해 정점의 규모와 시기는 예상을 벗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 오미크론에 앞서 국내를 강타했던 델타 변이의 경우 지난해 7월 마지막주(7월 25~31일)에 우세종화됐지만 확진자 정점은 4개월여 후인 12월 15일(7848명)이었다. 정부의 강력한 거리두기와 여름·가을로 이어진 계절적 요인 등이 겹치며 델타 확산세는 우세종화 이후인 8~10월에도 하루 확진자가 1000~2000명대를 유지했고 그해 추석 연휴 직후인 9월 25일 3270명 이후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11월 1일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시작하며 방역 조치를 풀면서 급격하게 확진자가 늘어나는 더블링이 일어났다. 위드코로나 첫날 1686명이던 하루 확진자는 같은달 17일 3187명, 24일 4155명, 12월 1일 5123명, 8일 7174명, 15일 7848명 등으로 늘어났다.



결국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기며 집단면역 형성을 기대하고 위드코로나를 시작했지만, 델타 이후로는 감염력이 높아지면서 방역 완화가 가파른 급증세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로인해 오미크론 유행도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경우 정점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시기와 규모를 예측하기는 어려워질 위험도 있다.

반면 18일 발표할 거리두기 조정안에서 완화를 선택할 경우 정점의 시기가 당겨지지만 규모는 30만~40만명까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또 델타 사례처럼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해 방역을 완화했다가, 약 181만명에 달하는 성인 미접종자(1차 접종완료 포함) 등으로 추가 전파가 이어질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미국·유럽 등 해외에서 정점 이후 방역을 풀고 있지만, 자연면역이 많은 이들 국가와 국내를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전문위원회 위원장(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유럽은 감염자가 국민의 40%에 달해 방역조치를 풀어도 되지만 우리는 겨우 2%로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오미크론 대응 체계로 전환한 지난 3일 당시부터 이런 사실을 인정해 왔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외국의 경우에는 그동안의 감염상황으로 인한 자연면역이 많았던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자연면역이 이들 국가들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외국의 방역 정책을 참고는 하겠지만 해당 국가들과 우리나라를 일대일로 비교하기는 조금 어려운 측면이 있고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덴마크나 노르웨이 등 최근 방역조치를 완화하고 있는 국가들을 봤을 때 감염률이 한 10%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외국과 비교해서 봤을 때는 거의 감염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로 감염관리를 해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