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연임에 돌발 변수…워런 등 민주당 진보의원들의 반대

by방성훈 기자
2021.08.11 09:51:05

제롬 파월 美연준 의장 내년 2월 임기 종료
연임 또는 교체 가능성 두고 하마평 ''솔솔''
민주·공화 폭넓은 지지…재지명이 가장 안전한 선택지
민주 진보의원들 반대 변수…교체시 브레이너드 유력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이끌고 있는 제롬 파월 의장의 연임에 돌발 변수가 생겼다. 미 민주당 내 진보성향 의원들이 파월 의장의 연임에 반대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1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경제팀은 대체적으로 파월 의장의 연임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주도로 일부 민주당 진보 의원들의 저항이 커지고 있다”며 “파월 의장의 연임이 아닌 후임 인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파월 의장은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2월 임명했으며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연준 의장의 임기 만료 전 여름 또는 가을께 거취를 정해왔다. 파월 의장은 실업률 감소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 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민주당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대응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 진보 진영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금융권 규제 완화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금융 규제, 기후변화, 인종 간 빈부격차 해소 등 민주당 정책 노선과 코드를 더욱 잘 맞출 수 있는 인물을 연준 의장으로 앉혀야 한다는 게 이들 의원의 공통된 생각이다. 워런 의원 역시 지난 4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다만 그는 차기 인선에 대해선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워런 의원과 셰로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장 등 파월 의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민주당 진보 의원들은 최근 영향력이 있는 유력 인사들과 접촉해 백악관이 새로운 연준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브라운 위원장 역시 워런 의원과 마찬가지로 연준이 더욱 강력한 금융권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대표적 진보 의원이다.

미 금융 싱크탱크 ‘금융 개혁을 위한 미국인들의 모임(Americans for Financial Reform)’의 에릭 거딩 펠로우 선임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의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파월 의장 재임용은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라며 “파월 의장이 연임한다는 것은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금융 규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 (지지자들의) 한표가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파월 의장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가 가장 유력한 차기 의장 후보로 꼽힌다. 지난 2014년 민주당 소속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를 연준 이사로 임명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은행 등에 대한 규제 강화를 추진하면서도 파월 의장의 통화정책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적 교체 후보로 평가되고 있다. 여성이라는 점도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제임스 스위니 이코노미스트는 “브레이너드 이사는 공화당 소속인 파월 의장보다 소속 정당의 이념적 성향에 좀 더 가까운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브레이너드 이사가 파월 의장의 통화 정책에 동조하긴 했지만, 그를 연준 의장으로 선택하면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팬데믹 이후 미 경제 지원을 위한 정책의 연속성,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법안, 예상을 웃도는 기대 인플레이션 등 현재 미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가장 안전한 선택지는 파월 의장의 연임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파월 의장의 강점은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파월 의장 직전에 연준을 이끌었던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최근 “연준은 파월 의장 밑에서 잘 해왔다”며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 (사진=AFP)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공석으로 남아 있는 연준 이사 1명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부의장 후임 인선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연준 이사로는 미 노동총연맹(AFL-CIO)의 윌리엄스 스프리그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리사 쿡 미시간주립대학교 경제학 교수가 하마평에 올라 있다. 스프리그스 이코노미스트는 2009년~2012년 미 노동부 정책 차관보를 맡았으며, 하워드 대학 경제학과 교수도 겸하고 있다.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 후임으로는 15년 동안 연준에서 일한 세스 카펜터 이코노미스트가 거론된다. 카펜터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이직했으며, 2013~2016년 미 재무부에서도 일한바 있으며

이외에도 은행 감독을 담당하는 랜들 퀄스 연준 부의장의 임기가 오는 10월 만료된다. 퀄스 부의장은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연준 이사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WSJ는 파월 의장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브레이너드 이사가 연준 부의장이나 은행 감독 부의장을 맡을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