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 출발부터 기우뚱...채권단간 `불협화음`

by좌동욱 기자
2011.06.22 11:20:10

채권단 "하이닉스 매각조건 합의한 바없다" 반박
유재한 사장 "특혜시비 사전 차단하기 위한 목적"

[이데일리 좌동욱 이준기 기자]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인 하이닉스반도체(000660) 매각 작업이 출발부터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채권단은 22일 유재한정책금융공사사장이 전날 밝힌 하이닉스 매각 가이드라인에 대해 운영위원회를 열어 "채권단이 구체적인 매각조건을 합의한 적 없다"는 반박의사를 밝힐 계획이다. 채권단은 유 사장이 하이닉스 매각 전면에 나설 경우 각종 소송과 의혹으로 얼룩진 현대건설 매각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 내부적으로 전혀 합의된 사실이 아니다"며 "오전중 채권단 운영위를 열어 채권단 내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사항들을 함께 논의한 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21일 유재한 사장의 기자회견은 채권단 합의 없이 발표한 내용이라고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공사는 하이닉스 주주협의회(채권단)을 구성하는 8개 기관중 하나다.



앞서 유 사장은 지난 21일 하이닉스 매각이 단독입찰로 진행되더라도 입찰기간을 2~3주 연장한 후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전체 채권단 보유지분 15% 중 구주 인수는 최소 7.5%, 신주 발행은 10%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설명했다. 매각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유 사장의 기자회견을 언론보도로 접한 직후 이날 오전 11시 채권단 운영위를 소집했다.

채권단은 단독입찰을 미리 가정해 매각조건을 확정할 경우 유력 인수후보인 현대중공업(009540)이 인수후보로 낙점됐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구주나 신주 인수비율 등과 같은 구체적인 매각조건은 인수의향서(LOI) 접수 후 채권단 공식 절차를 통해 정해야 하며, 그 결과는 매각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이 발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의 다른 관계자는 "정책금융공사측 발표는 특정 당사자를 염두에 두고 M&A 딜을 진행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현대건설 매각할 당시에도 유재한 사장이 전면에 나서 매각을 진행하면서 (현대자동차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유사장은 "입찰자가 들어온 후 매각룰을 정하면 특혜시비가 또다시 제기될 수 있어 그런 우려를 사전에 없애기 위해 사전 설명을 한 것"이라며 "앞으로 매각절차를 진행하는데 크게 문제될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