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헵세라` 복제약시장에 제약 핫이슈 다 있네

by천승현 기자
2010.07.08 11:42:37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이달부터 국내제약사들이 GSK의 B형간염치료제 `헵세라`의 제네릭(복제약) 시장을 본격적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헵세라 시장은 올해 하반기에 열리는 가장 큰 제네릭 시장이라는 점 뿐만 아니라 오리지널사와 제네릭사간의 특허분쟁, 제네릭 약가인하 첫 적용 대상 등의 이슈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리베이트 규약 시행 후 열리는 첫 대형 제네릭 시장,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직전에 개방된다는 이유로 제네릭사들의 영업전략도 초미의 관심사다.

▲ 헵세라 제네릭 약가 현황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헵세라 제네릭 33개 제품이 약가를 받고 출격 채비를 마쳤다.
 
지난해 437억원의 청구실적을 기록한 헵세라는 올해 하반기 열리는 가장 큰 제네릭 시장으로 평가된다.

제네릭 33개 품목중 32개는 오리지널인 헵세라 7219원의 54.4%에 불과한 3926원의 약가를 받았다.
 
지난 3월 26일부터 적용된 새로운 약가제도가 적용돼 종전보다 가격이 큰 폭으로 낮아졌다.
 
기존에는 첫 번째로 등재되는 퍼스트제네릭은 5개까지 오리지널 대비 68%의 약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같은달에 6개 이상이 진입하면 이들 모두의 약가를 순차적으로 인하하는 방식을 적용하며 퍼스트제네릭의 약가를 낮췄다.

종전대로라면 이달에 새로운 약가를 받은 헵세라 제네릭들은 4909원의 약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새롭게 적용된 약가정책에 이보다 1000원 정도 싼 약가를 받게 된 셈이다.

당초 제약사들은 제네릭 약가가 낮아질 경우 수익성 하락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지만 신제품 기근 탓에 낮아진 약가를 수용, 불가피하게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헵세라 제네릭 시장에서 특이할만한 점은 약가를 받은 33개 품목이 모두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한미약품(008930), 제일약품(002620), CJ제일제당(097950), 부광약품, 삼진제약, 종근당 등 10곳 정도만 출시한 상태며 유한양행, 녹십자 등 다른 업체들은 출시채비를 마치고도 출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오리지널사인 GSK 측에서 헵세라의 특허가 2018년까지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일약품, 삼진제약은 특허심판원에 헵세라의 특허무효 소송을 제기하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헵세라 제네릭을 출시한 나머지 업체들도 특허소송에 가담하거나 특허소송에서 국내사들이 승소할 것으로 예상,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허분쟁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시장 선점을 위해 출시를 강행한 것이다.

지난해 MSD의 고혈압약 `코자플러스` 시장에서 종근당(001630)이 적극적인 특허분쟁을 통해 경쟁사들보다 3개월 정도 빨리 시장에 진입한 결과 제네릭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제네릭 시장에서 선점 효과의 중요성을 입증한 바 있다.

반대로 특허소송에서 질 경우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도 우려되기 때문에 상당수 업체들은 제네릭 발매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만약 GSK가 특허소송에서 승소한다면 제네릭 출시에 따른 약가 20% 인하, 제네릭의 시장잠식으로 인한 손해 등에 대해 제네릭사들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내사들의 영업현장 분위기도 또 다른 관심거리다. 최근 강화된 리베이트 감시 분위기에 지난 4월부터 새로운 공정거래규약이 시행되면서 제약사들의 판촉활동이 잔뜩 움츠린 상태다.
 
복지부도 매출이 급증한 제네릭에 대한 감시활동을 철저히 하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에 제약사들은 더욱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과거 제네릭 시장 개방 초기에 제약사들의 강력한 영업전략이 효과를 봤던 터라 제약사들이 소극적인 판촉행위만으로 관망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해 오는 11월부터 시행되는 리베이트 쌍벌제도 변수다. 11월부터는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도 형사처벌에 처하게 되기 때문에 쌍벌제 시행 이전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릭 제품의 약가도 눈길을 끌고 있다. 헵세라 제네릭중 경동제약만 다른 제네릭보다 높은 5197원의 약가를 받았다. 이는 경동제약이 원료를 자체적으로 합성, 오리지널 가격의 72%를 받을 수 있었다. 나머지 업체들은 수입 원료를 사용했다.

경동제약은 다른 제네릭보다 높은 약가를 받아 수익성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셈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가격 경쟁력이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헵세라 제네릭 시장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