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난 하이닉스 김부장 "15년만에 찾아온 호황"

by이승형 기자
2010.03.30 10:55:31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 100% 가동해도 수요 못채워
호황에 3년간 없던 대졸 사원 공채도

[이데일리 이승형 기자] "15년 만에 찾아온 호황입니다. 공장을 완전 가동해도 수요 물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에요."

지난 29일 오전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반도체 M10 공장에서 만난 김경일 공정관리팀 부장의 표정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신바람이 난 듯 목소리도 한껏 들떠 있다.

지난 89년 이 회사에 입사한 김 부장은 "94~95년도에 반도체 호황기가 있었지만 지금이 당시보다 더 좋은 상황"이라며 "향후 몇 년 동안은 호황이 더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창문을 통해 들여다 본 공장 내부에는 반도체 제조 기계들이 소리도 없이, 쉴 새도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대당 800억원을 호가하는 이머전 장비(40~50나노미터급 미세 공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필수 장비)와 진공 장비, 자동반송시스템 등 낯선 모습의 기계들이 조용히 불빛을 반짝이며 가동되고 있었다.

반도체 제조 공정 특성상 99% 자동화인 탓에 왁자지껄한 모습은 볼 수 없지만 방진복을 착용한 직원들의 발길은 바쁘기만 하다. 2008년부터 지난해초까지 80% 이하에 머물렀던 이 공장의 가동률은 이제 완벽하게 100%가 됐다.


지난 83년 이후 지어진 10번째 공장이라는 뜻에서 M10으로 명명된 이 공장의 월간 생산량은 12인치 웨이퍼(원판 모양으로 생긴 반도체 제조 재료) 기준으로 15만 7000장.

54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급과 44나노급 D램이 주력 제품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38나노급 D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M10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2000여명. 이들은 4개조로 나뉘어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김 부장은 “반도체 제조업 특성상 요즘처럼 눈코뜰새 없이 바쁜 때에는 직원들의 사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다보니 회식이 잦을 수 밖에 없는데 관리자인 탓에 이곳 저곳 불려가다보니 녹초가 될 지경”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호황이다 보니 고용도 늘었다. 하이닉스는 최근 생산직 여사원들을 대폭 충원한 데 이어 이달말에는 지난 3년간 없었던 대졸 사원 공채도 200여명 규모로 실시했다.


2006년을 기점으로 내리막을 걸었던 반도체 시장은 2008년말 바닥을 친 뒤 지난해에야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반도체 공급 과잉으로 인해 곤두박질쳤던 D램 반도체 가격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반도체 제조 업체들의 합종연횡, 투자설비 축소 등으로 공급 물량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

더욱이 최근 PC제조가 급증하고 모바일, 태블릿PC 등 신생 IT기기들의 출현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D램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DDR3 1Gb D램 현물 가격은 지난 25일 사상 최고인 3.08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5월 1달러 수준에서 2배 이상 올랐고, DDR2 1Gb 가격은 25일 3.09달러를 기록한 뒤 26일에는 3.16달러로 상승해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D램 가격의 견조한 상승세에 따른 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D램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세계 D램 업계가 향후 3년간 호황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2010년이 전통적인 시장 주기에 따른 호황기 진입의 시기라는 것과 앞으로 3년간 공급량 확대 요인이 제한적이라는 것이 전망의 주된 근거다.


이같은 호황에 따라 증시전문가들은 하이닉스의 올해 실적 전망을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 그동안 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으나 최근에는 3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연간 매출 추정치 역시 당초 9조~11조원 수준에서 1조원 가량 상향 조정됐다.

그런데 이같은 장미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정작 하이닉스의 입장은 신중하다. 반도체 시장 특성상 부침이 심한 만큼 섣불리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 지난 2년여동안 최악의 위기를 겪어온 만큼 학습효과 또한 심화됐다.

권오철 신임 사장은 29일 "올해 당초 계획했던 투자 규모를 확대할 생각은 없다"면서 "지금 시황이 좋기는 하지만 아직 회복되지 못한 거시경제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낙관적인 미래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황에 따른 실적호전은 최근 성공적으로 끝난 주주채권단의 블록세일과 더불어 하이닉스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실적 호전이 지속되고 하반기에 예정된 2차 블록세일도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하이닉스의 대주주 찾기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하이닉스반도체 경기도 이천 M10 공장 내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