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ABCP 1조 초단기운용 `관심`

by이학선 기자
2008.12.23 11:37:00

이달 ABCP 만기액 1.9조..매입약정 제공
만기 하루짜리 1조 발행·운용

[이데일리 김현동 이학선기자] 하나은행이 매입보장약정을 제공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중 이달말까지 만기도래하는 금액이 1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이 가운데 상당액을 만기가 하루짜리인 ABCP로 막고 있다. 조달비용을 낮추는 장점이 있지만, 단기자금시장이 급속히 경색되거나 예상치 못한 대규모 신용사건이 발생할 경우 막대한 우발채무를 떠안을 수 있어, 이 같은 자금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증권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매입보장약정 등 신용공여를 제공한 ABCP 가운데 이달말 만기도래액은 1조8980억원으로 집계됐다.

빅팟이천칠이 82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티디솔레이르 6140억원, 그랜드팟이천팔 3130억원, 포스트파인유동화전문 1500억원 등이 뒤를 잇는다.

하나은행은 이들 ABCP에 기초자산이나 기업어음 매입약정을 제공했다. 기초자산에서 원리금 연체가 발생하면 해당자산을 되사주거나 ABCP 발행액 중 팔리지 않고 남은 부분은 대신 떠안아주기로 한 것이다.

ABCP의 기초자산은 일반 회사채를 비롯해 건설사 PF 대출, 카드·캐피탈채 등으로 다양하다. 이를 통해 하나은행은 관련 자산을 재무제표에서 빼내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이점을 누려왔다.



관심은 ABCP의 만기가 하루짜리에 불과한 게 있을 정도로 짧다는 점. 평상시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금융시장 불안으로 ABCP를 통한 자금조달이 막히면 하나은행으로선 매입약정에 따라 팔리지 않은 ABCP를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질 수도 있다.

지난 22일에도 티디솔레이르 5240억원, 빅팟이천칠 3670억원, 그랜드팟이천팔 1110억원 등 1조원 이상이 만기가 하루에 불과한 ABCP로 발행됐다.

하나은행의 초단기 자금운용은 금융시장에서도 관심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유동화계획상 현금흐름(캐시플로)과 맞지 않는 것 같아 이유를 알아본 적이 있다"며 "투자자들도 궁금해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조달비용 절감 등을 고려한 것인 만큼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하루짜리도 있고 보름짜리도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고 "조달비용이 낮고 발행여건이 괜찮다면 장기로 할 수 있겠지만, 하루짜리라고 해서 문제되진 않는다"며 "운용방법의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초단기 조달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기초자산의 원리금 유입 기간이 주로 1~3개월 단위인데 비해 부채는 초단기로 구성되면서 일종의 만기불일치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시장상황 악화로 투자자들이 만기가 짧은 채권을 선호하면서 ABCP 만기도 초단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식의 조달구조가 반복되면 상시적인 자금 재조달 위험에 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