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강국, 글로벌로 간다)<3부>(27)인니 `대박! 누구나 꿈꾸지만`

by김세형 기자
2007.12.06 11:42:00

삼천리 계열사 석탄개발 성공..대우증권, 투자성공 사례 기대
"현지 사정 알고 진출해야..MOU 믿고 비용만 날리는 경우도"

[자카르타=이데일리 김세형기자] 지난달 27일 자카르타에서의 첫날 일정을 소화하면서 `오늘 저녁은 반드시 삼겹살로 석탄 가루를 씻어 내야겠다`는 각오를 했다. 하루 종일 인도네시아 대표 자원이라는 석탄 이야기만 듣다보니 든 생각이었다.

증권사는 물론 여타 우리나라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한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자원개발이다. 2007년 자원개발이 화두가 되면서 어느새 이같이 인식이 박히고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자원개발을 하겠다는 기업은 상장사만 해도 꽤된다.

하지만 실제 성사된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성사된 것도 반드시 몇 년이상의 투자가 수반됐다. 자원개발이라는 대박의 꿈을 안고 현재도 자카르타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한국인은 숱한 실정이다. 현지에서는 자원개발 기업에 현혹되지 말 것을 신신당부하고 있다.



삼천리 계열회사인 삼탄은 인도네시아 석탄 개발로 성공한 대표적인 국내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석탄 사업에 착수, 막대한 이익을 벌어 들이고 있으니 그럴 수 밖에.

▲ 파시르 탄광에서 생산된 석탄이 바지선에 실려 항만으로 향하고 있다.


삼탄의 현지법인 키데코(KIDECO)가 칼리만탄섬에 보유한 파시르탄광은 연간 생산량 규모면에서 단일 탄광으로는 세계 5번째로 알려지고 있다.
 
파시르탄광은 지난 93년 120만톤의 석탄을 캐낸 이후 지난 2001년 연간 생산량이 1000만톤을 넘어섰고 지난해 1890만톤을 생산한 데 이어 올해는 2000만톤을 바라보고 있다.

삼탄에 따르면 키데코는 지난 2005년 5458억원 매출에 853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지난해에도 5666억원 매출에 52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삼탄은 키데코로부터 지난 2005년 400억원대 배당금을 수령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23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삼탄의 키데코의 석탄 독점 판매권도 갖고 있다.
 
대우증권도 상당기간의 준비를 거쳐 지난해 인도네시아 유연탄 개발사업에 나섰다. 인도네시아세대우증권이 투자한 유연탄 광산의 가채매장량은 1683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이미 석탄을 캐내고 있다. 또 범위를 차차 넓혀나갈 계획도 진행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가 인도네시아 자원개발에 성공하는 사례가 나타날 것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키데코나 대우증권의 사례만으로 무조건 인도네시아 대박 환상을 가지는 것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성공만 보지 말고 준비과정의 어려움도 보라는 것. 실제로 키데코의 경우 83년 국내 컨소시엄 형태로 출발했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비와 수지가 맞지 않는 석탄 가격으로 인해 삼탄만 남았다. 특히 석탄 가격이 최근 몇년새 20달러대에서 70달러까지 올라오면서 열매가 영글었다. 대우증권도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중에 신중을 기한 뒤 투자했다.

남부 수마트라주에서 항만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페트라스 김영환 회장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수백명의 한국 사람이 석탄 사업을 다녀갔다"며 "모두들 키데코가 25년전 설립돼 힘든 세월을 보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들 쉽게 생각하고 뛰어든다"며 "신규 광업권 허가가 나오지 않고 있는 데다 이미 개발하기 좋은 탄광은 모두 임자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제발 키데코 이후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는 것이 소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7일 만난 이원재 코린도그룹 사장은 "오늘도 한국 기업으로부터 인도네시아의 투자 제의에 대해 조회해 줄 것을 요청받았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석탄, 석탄하지만 석탄 개발 사업은 이미 늦은 감이 있다"고 비관적으로 봤다.



인도네시아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원유와 가스, 석탄,니켈 등 각종 광산외에도 해 볼 만해 보이는 사업은 매우 많다. 하지만 이런 류의 2차적인 사업 역시 쉽게 성사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C&중공업은 인도네시아 국영조선소인 DKB와 선박건조·수리사업 양해각서(MOU)를 맺고 국내 최초로 인도네시아 조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지에 따르면 당초 항만 터미널을 개조해 한 것으로 계획됐지만 올 하반기 들어 추진 장소가 바뀌었다.

장소가 바뀐 데에는 인도네이사 부통령이 당초 예정지를 방문한 뒤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을 개진했기 때문. 바뀐 장소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조선산업 중심지로 키운다는 바탐 지역. C&중공업은 이에 따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코트라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 및 기업들과 사업 양해각서를 맺는 것은 비교적 쉽다"며 그러나 "그들은 양해각서의 내용을 이행할 법적 검토나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여서 해외 기업 입장에서 비용만 날리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분 테마중 하나는 바이오 에탄올 테마였다. 오디코프와 이엔쓰리, 아이씨엠 등이 진행했다. 대체 에너지가 각광 받으면서 나온 결과였는 데 무상으로 땅을 빌린 뒤 거기에서 나온 작물을 팔거나 가공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났지만 작물을 심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토지 이용과 관련,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알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앙정부는 전체의 효율적 이용을, 지방정부는 지방의 효율 극대화를 노리다 보니 충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 어느 한 쪽이 제동을 걸기 시작하면 끝이 보이지 않게 된다. 모 기업의 경우 진정성을 가지고 시도했지만 양측에 끼여 이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재원 이트레이딩 대표는 "왜 그토록 시간과 노력이 드는 석탄 개발에 나섭니까. 차라리 인도네시아 자원개발주에 투자하세요"라고 손사레를 쳤다. 아예 어느 투자자는 개발 권리 확보보다도 광업법 공부에 열을 올린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지 투자 사정을 먼저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것.

김병권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장은 "기본적으로 인도네시아 정부나 기업들 모두 급할 것이 없는 입장"이라며 "무슨 사업을 하나 해려해도 걸리는 문제들때문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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