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사활 건 시멘트…외부 수혈·사업 변화 분주

by김호준 기자
2021.03.07 13:14:04

삼표시멘트, 이정섭 전 환경부 차관 사외이사 선임 예정
쌍용양회, '쌍용C&E'로 사명 변경…'종합환경기업' 도약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도 폐기물·에너지 사업목적 추가
"환경사업, 시멘트 업계 피할 수 없는 대세"

삼표시멘트 삼척공장 전경. (사진=삼표시멘트)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삼표시멘트는 이달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정섭 전 환경부 차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환경 분야에 정통한 이 전 차관을 임원으로 영입해 회사가 추진하는 환경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아울러 회사는 최근 순환자원 처리 및 에너지 절감 설비에 향후 5년간 7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폐기물 종합 재활용,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도 사업목적에 추가해 시멘트 외길에서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전통적 굴뚝산업이었던 시멘트 업계가 환경사업을 확대하며 ‘녹색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간 원가절감 차원에서 추진했던 순환자원 재활용이나 폐열회수발전 등을 확대해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정부의 그린뉴딜·탄소중립 정책 방향에 발맞춰 환경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이미지를 만든다는 복안이다.

7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쌍용양회는 최근 ‘종합환경기업’으로 도약을 선포하고 사명을 ‘쌍용C&E’(Cement&Environment)로 변경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유연탄 사용을 ‘제로’(0)로 만드는 탈(脫) 석탄 경영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간 연료로 쓰인 유연탄 대신 폐합성수지로만 공장을 가동해 연료비를 줄이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다.

한일시멘트는 오는 25일 주총에서 정관 사업목적에 폐기물 종합 재활용 및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확대·추가할 예정이다. 또한 친환경 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 김희집 서울대 객원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에너지 효율화가 곧 이익으로 연결되는 시멘트 업계 특성을 이해하고, 회사가 추진하는 친환경 경영 목표를 실현하는 데 적임자라는 이유에서다.

쌍용양회 동해공장에 설치된 세계 최대 규모 폐열발전설비. (사진=쌍용양회)
아세아시멘트도 이달 주총에서 대기환경 개선 및 폐기물 종합 재활용 사업을 정관에 추가하고, 친환경 에너지 분야 석학으로 꼽히는 박진원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국립환경과학원장을 지낸 박 교수는 현재 한국폐자원에너지기술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처럼 시멘트 업체들이 환경사업 분야 경쟁력 강화에 나선 이유는 우선 정부의 탄소중립, 그린뉴딜 등 친환경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순환자원 활용이나 폐열회수발전 등 그간 업계가 추진해 온 환경사업은 원가절감에 기여해 실적 상승에도 한몫했다.

실제로 지난해 업계 전체 시멘트 출하량은 약 4600만톤(t)으로, 외환위기(IMF) 시절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오히려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개선됐다. 쌍용양회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9.1% 늘어난 2502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한일시멘트는 125.3% 늘어난 1328억원, 삼표시멘트는 37.7% 늘어난 662억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유연탄 가격이 불안정했음에도 실적이 선방한 이유는 순환자원 활용 확대와 폐열회수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통해 연료·발전비를 대폭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업계 순환자원 재활용 규모는 2016년 699만t에서 지난해 808만t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유연탄 대신 연료로 쓰이는 폐플라스틱 사용량은 같은 기간 78만t에서 141만t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이 같은 시멘트 업계 녹색 발걸음은 계속 빨라질 전망이다. 그간 폐기물 처리나 에너지 설비 구축을 통해 쌓은 사업 노하우로 환경오염 정화나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 진출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와 성숙기로 접어든 시멘트 산업 특성상 환경사업 강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며 “업계가 친환경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정부도 폐기물 활용 규제 완화나 설비투자 지원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한국시멘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