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불패' 아베 '한국때리기' 앞세워 또 승리…韓 압박 거세질 듯
by안승찬 기자
2019.07.21 20:40:08
아베 총리 자민당 총재 복귀후 6번째 선거 연승
위기서 꺼내든 '한국 때리기'카드로 지지층 결집
수출규제 옹호 여론 높아 한국 압박 더 심화할 듯
'전쟁 가능한 일본’ 개헌 위한 의석확보도 가까워져
| NHK 출구조사 결과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21일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또다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사진=도쿄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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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승찬 신정은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활짝 웃었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21일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또다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아베 총리의 연승 행진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아베 총리가 지난 2012년 자민당 총재로 복귀한 뒤 6번째 치르는 국회의원 선거다. 일본 참의원의 임기는 6년으로, 3년마다 절반씩 바꾼다. 지난해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참의원 정원은 242석에서 248석으로 늘었고, 이번에는 늘어난 정원의 절반인 124명을 선출한다. 선거구 74석·비례대표 50석이다. 향후 3년간 참의원은 245명 체제로 운영된다.
지난 5번의 선거 모두 아베의 압승으로 끝났다.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앞세워 표를 끌어보았다. 지난 2017년 터진 ‘사학 스캔들’로 아베의 지지율이 20%대까지 급락하는 위기가 있었지만,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이 아베 정부의 기사회생을 도왔다.
올해는 아베 총리에게 힘든 선거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지난 1월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아베 정부의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서 통계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데다 지난달 공적연금 보고서 논란까지 불거지며 위기를 맞았다.
일본 금융청이 일본 국민이 95세까지 생존할 경우 각자 2000만엔(약 2억1800만원) 가량의 개인저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그간 아베 정부는 공적연금의 보장성을 강조해왔는데, 연금만으로는 노후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아시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금융청은 엄청난 바보다. 그런 것을 적다니”라고 격노했다고 보도할 정도로 일본 내 파장이 컸다.
가뜩이나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약해지던 상황에서 자민당은 마땅한 선거전략을 찾지 못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 공약집에서 ‘아베노믹스’란 표현은 단 3회만 등장할 정도로 스스로 내세울 만한 상황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화해의 악수를 나눈 북한도 올해는 아베의 선거에 도움이 안됐다.
이런 와중에 아베 총리가 꺼내 든 카드가 바로 ‘한국 때리기’다. 선거 시작과 함께 한국에 수출 규제를 시작하면 이슈를 만들었다. 후유증이 있더라도 한국과의 갈등이 커질 수록 보수층의 표가 집결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다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아베 정부는 한국을 더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는 명분으로 자신의 주장을 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의 국민들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대해 찬성여론이 높은 편이다. 지난 15일 아사히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출 규제가 타당하다는 응답’은 56%로, ‘타당하지 않다’는 대답(21%)을 압도했다.
가뜩이나 일본 내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된 상황에서 선거까지 압승한 만큼 아베 정부가 보다 자신감을 갖고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통상자원부 고위직 출신 한 인사는 “선거 이후에도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계속될 것”이라며 “강도가 세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정치경제정보지 ‘인사이드라인’의 도시카와 다카오 편집장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한 건 선거 등 눈앞의 정치적 이익 때문만은 아니다”라면서 “아베 총리는 한일관계의 근간을 바꾸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 승리로 아베 정부가 주장해온 ‘전쟁 가능한 일본’으로 바꾸기 위한 헌법 개정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아베 정부는 평화헌법의 핵심조항인 9조 개정을 오랫동안 추진해왔다. 9조는 ‘전쟁과 무력의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아베 정부는 이 헌법 내용을 바꿔 전쟁 가능한 일본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거리 유세를 하면서 “공산당은 자위대를 위헌이라고 말한다. 이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그래서 (자민당은) 헌법에 확실히 자위대를 명기하는 공약을 걸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헌 발의를 위해서는 참의원 전체의 3분의 2인 164석이 필요하다. 선거를 하지 않는 참의원 중에서 79명의 의원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과 공명당, 또 개헌에 우호적인 일본유신회 등을 모두 합쳐 85석을 확보해야 개헌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일본 NHK방송이 조사한 출구조사에서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의석수는 67석에서 최대 77석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유신회까지 합치면 76석에서 많게는 88석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헌이 가능한 수준까지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NHK방송은 “아베 정부의 과반 의석은 확실한 상황”이라며 “출구조서만으로는 개헌 가능한 의석수 도달 여부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