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 ICBM 등 전략무기 없어…'수위조절' 분석

by김관용 기자
2018.09.09 16:41:29

오전 10시부터 2시간 남짓 열병식 진행
외신 "ICBM 등 전략무기 없어, 재래식 전력만"
김정은, 연설 안해 '이례적'…김영남, '경제' 강조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9·9절)인 9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열병식에서 북한군인들이 주석단을 향해 경례를 하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이 9일 오전 정권수립 70주년 9·9절을 기념해 군사 퍼레이드인 열병식을 진행했다. 그러나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를 등장시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미 협상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교착 상태였던 북미 협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간 ‘친서 소통’으로 재개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굳이 미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신들은 열병식 등장 무기들이 예년 대비 절제돼 있는듯 했으며, 경제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예정대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우리시간으로 오전 10시께 부터 정오 전까지 열병식을 실시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의 고위급 외빈과 외신기자 140여명 등이 이를 지켜봤다. 열병식 행사는 생중계 되지 않았다. 정보당국 한 관계자는 “행사에 동원된 병력규모는 지난 2월 열병식에 동원된 규모(1만2000여명)보다 약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2월 8일 ‘건군’ 7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하면서 이를 생중계 하지 않았지만, 핵 무력을 과시했다. 병력 1만2000여명과 ‘화성-14’형과 ‘화성-15’형 등 기존에 공개했던 두 종류의 ICBM급 미사일을 등장시킨 것이다.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9·9절)인 9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한 열병식에서 북한군 전차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번 9·9절 열병식에는 ICBM은 물론 탄도미사일을 등장시키지 않고 재래식 무기만 선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자체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날 열병식에 중거리미사일도 등장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취재를 위해 평양에 체류 중인 윌 리플리 CNN 기자 역시 행사 후 자신의 트위터에 “열병식은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면서 “이전과 다르게 ICBM도 없었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없었다”고 전했다. 9·9절 열병식을 계기로 남북 정상 간 4·27 판문점선언과 북미 정상 간 6·12 공동선언 이행 의지를 거듭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국 권력서열 3위인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 함께 열병식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례적으로 직접 연설에 나서지는 않았다. 대신 주석단에 함께 자리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연설을 맡았는데, 연설 내용이 순화됐다는 평가다. AP통신은 평양발 기사를 통해 “김영남 위원장이 핵무력이 아닌 정권의 경제적 목표를 강조한 개막연설을 통해 행사의 기조를 비교적 부드럽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노동신문도 “최강의 전쟁억제력을 갖게 됐다”며 “평화번영의 만년 보검을 틀어쥔 우리 조국이 경제강국으로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자평했다. 경제적 번영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인민은 다시는 제국주의 노예가 되지 않고 고난의 행군과 같은 처절한 시련도 겪지 않으며 세상에서 가장 존엄 높고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가지게 되었다”고 자부했다. 특히 신문은 ‘전쟁억제력’이나 ‘제국주의’ 등으로 에둘러 언급했을 뿐 핵·미사일 능력이나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아 대외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