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동산 점검)②연준의 경고..`요동 더 심해져`

by강남규 기자
2006.08.24 11:22:32

주택시장이 주식이나 채권시장 닮아갈 것
투자자와 정책당국 모두 더 혼란스러워져

[이데일리 강남규기자]  미국 부동산 경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발표된 부동산 지표와 대형 주택업체들의 실적 전망은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강도높게 진행된 긴축정책이 시장을 압박해 온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가 연착륙에 실패할 경우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주택시장이 앞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침체가 미국 경제의 중추인 소비를 둔화시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과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 부동산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을 점검하고, 글로벌 시장상황과 부동산 투자시 고려해야 할 요인들을 살펴본다.[편집자주]

“미국 주택은 이제 금융자산이다. 집값은 앞으로 주가처럼 급변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코노미스트인 숀 캠벨과 조슈아 갈린, 로버트 머틴이 1975~1996년과 1997~2005년 사이의 이자율과 주택가격, 임대료 등을 계량경제학의 시계열 분석법으로 살펴본 결과, 주택시장이 주식이나 채권시장과 닮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가 임대수익 등 이른바 전통적인 변수가 아니라 주식이나 채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와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으로 나타났다.  미래 임대수익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서 주택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는 주택 투자자와 연준 양쪽에 모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캠벨 등은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주택 프리미엄`과  실질금리를 꼽았다. 주택 프리미엄 하락이 최근 주택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주택가격이 1만달러 변동했을 때 6000달러는 주택 프리미엄 변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서 말하는 ‘주택 프리미엄’은 `집값 상승분-미 재무부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을 뜻한다. 

캠벨 등의 이런 분석결과는 주택가격이 인구의 증가와 임대수익 전망에 따라 결정된다는 기존의 연구결과와 다르다. 또한 실질금리는 채권이나 주식 가격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다. 주택 프리미엄 계산방식도 금융자산 가격을 평가할 때 자주 활용되고 있다.

그들은 “분석결과는 주택시장이 주식이나 채권 시장과 닮아가고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주택가격이 주식이나 채권만큼 변동이 심할 전망이다. 

앞으로 주택가격은 주택 프리미엄과 실질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률, 산업활동 등 거시 지표에 따라 부침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지역별 재료까지 집값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마디로 미국 주택가격은 주가만큼 가늠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캠벨 등의 분석결과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주택은 더 이상 부동산 자산이 아니라 금융자산이라는 뜻이다. 투자자는 지금까지 주택을 주식보다는 안전한 자산이라고 암묵적으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이런 기대를 더 이상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가격이 급변해 뜻하지 않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가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단순히 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주택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는 논리도 더 이상 설득력을 유지하기 힘들 전망이다.   

연준은 주택가격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 더 어려워 금융정책 방향을 놓고 혼란을 거듭할 수도 있다. 미국 가계의 자산 가운데 가장 큰 대목이 주택이다. 주택가격 급변에 따라 가계지출이 요동하고, 더 나아가 경기상황도 출렁거릴 전망이다.

정치·경제 싱크탱크인 글로벌 인사이트의 이코노미스트인 브라이언 베순은 23일 WSJ과 인터뷰에서 "주택가격이 요동하면 경기변동을 더 예측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