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태호 기자
2005.06.09 11:43:56
[edaily 이태호기자] "중국 물렀거라, 인도가 간다."
한동안 폐쇄 경제로 낙인 찍혔던 인도가 부동산 시장을 개방하고 중국식 경제특구를 추진하는 등 강력한 개혁 정책을 추진하면서 아시아의 떠오르는 투자시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최근 해외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달 30일 다우존스 뉴스는 포스코가 인도 오리사주와 조만간 100억달러 규모의 인도 제철소 건설을 위한 협약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거래는 단일기업 해외투자로는 인도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계 투자회사인 블랙 스톤 그룹도 지난달 10억달러의 펀드를 인도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랙 스톤은 그동안 미국 및 유럽 투자에만 치중했던 터라 이번 결정은 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블랙스톤은 부동산 시장 진출을 위해 인도 최대 그룹 릴라이언스와도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미탈 스틸도 투자 행렬에 동참했다. 7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탈 스틸은 오리사주에 69억달러 규모의 제철소를 지을 계획이다. 인도 철강광산부의 A.S. 피로즈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기업들이 지금이 인도에서 사업을 시작하기에 매우 좋은 시기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공산주의 세력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 되기 위한 개혁을 계속하고 있다. 나트와르 싱 인도 외무장관은 6일 "인도 경제는 좌파 정당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관계 없이 더 많은 개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말 나스 인도 통상산업부 장관도 3일 인도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가장 많이 유치하는 개발도상국가 중 하나가 됐지만 "앞으로는 세계적인 투자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빠른 성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투자유치 위해 각종 규제 폐지
인도는 1991년 경제개혁에 돌입한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올 들어 FDI 유치를 위해 외국기업에 세금을 감면해주거나 노동법 적용을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개혁조치가 이뤄지면서 국민회의당 주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낙관적 전망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인도 하원은 특정 지역에 투자하는 기업에게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중국식 경제특구(SEZ) 촉진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경제특구에 설립되는 기업들은 15년 동안 세금 혜택을 받고, 복잡한 인도의 노동법도 피해갈 수 있게 된다. 인도는 100인 이상의 사업자가 정부 동의 없이 직원을 해고하는 일을 엄격히 금지하고, 3개월 이상 근무한 계약직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아울러 2월에는 외국 은행들로 하여금 오는 2009년 3월까지 인도에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해외 영업점을 자회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정부가 지정한 일부 은행들에 한해서 지분을 무제한 인수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2009년 4월부터는 은행 간 인수·합병(M&A)도 허용할 방침이다.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던 부동산 부문도 외국인들에 개방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인도 내각은 건설 프로젝트 등 일부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100% 허용한다고 밝혔다.그동안 인도 내 외국 기업들은 호텔, 아파트 등의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 촉진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했다.
◇해외투자 늘려 투자국 되겠다
적극적인 FDI 유치와 함께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인도는 단순히 투자유치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지식 등을 바탕으로 주요 투자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