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지연에 아사 직전”…벤처업계 체감경기도, 투자도 ‘꽁꽁’

by김경은 기자
2025.04.06 17:24:24

대내외 불확실성 심화…벤처 혹한기 길어지나
1분기 벤처기업 경기지수 역대 최저치 찍어
투자도 주춤…1분기 투자 전년비 24% 감소
작년 벤처투자 반등했지만 올들어 악재에 ‘흔들’
탄핵 인용에 심리 회복될까…업계 “안갯속”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벤처·스타트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벤처기업의 체감경기는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반등했던 벤처투자액도 줄어들면서 업계에선 보릿고개가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벤처투자 동향. (자료=더브이씨)
6일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78.6으로 전분기 대비 6.4포인트 낮아지면서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벤처기업 경기실적지수가 80 미만을 기록한 건 조사 이래 처음이다.

벤처기업 체감경기 악화는 경기 침체에 따른 자금흐름 경색으로 풀이된다. 지난 1분기 경기실적이 악화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내수판매 부진(81.1%)’을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자금 사정 어려움’ 응답도 전분기 대비 12.7%포인트 상승한 56.1%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벤처투자 역시 부진했다.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스타트업·중소기업 대상 투자 건수는 총 243건으로 전년동기대비 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투자 금액 역시 4% 감소한 1조 236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투자액이 급증했던 AI 기업들마저 올해는 고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AI 스타트업·중소기업 대상 투자 건수는 41건, 투자 금액은 194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9%, 37% 감소했다.

지난해 벤처투자액이 반등했던 터라 올해 시장 위축에 대한 업계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11조 9457억원으로 전년 대비 9.5% 증가했다. 벤처투자액이 늘어난 건 2021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등 각종 악재가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올해 초 이데일리가 국내 주요 VC·액셀러레이터(AC) 및 벤처·스타트업 협회 및 단체 2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5%가 ‘올해 벤처투자시장이 작년보다 안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전망은 안갯속이다. 증시가 반등해야 벤처투자 회수가 수월해지고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는데 미국의 관세 부과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증시를 짓누르고 있어서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미국에서 많은 변화를 꾀하는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짙어 올해를 잘 넘겨야 한다”며 “현재 벤처투자 시장은 회수가 안 되는 것이 가장 문제다. 차기 정부에서는 코스닥 전용 펀드를 만들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벤처기업 경기실적지수(BSI) 추이. (사진=벤처기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