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는 회사, 집사 역할 커진다"··금융지주 이어 KT·포스코까지
by유은실 기자
2023.02.05 17:11:03
김주현 위원장 '후속대처' 지시에 지배구조 개편 '속도'
TF 구성 전망···금융사 지배구조법 1분기 중 개정할 듯
임추위 독립성·내부통제 강화 '골자'···상장사 적용도 고려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정부가 일명 ‘주인없는 회사’의 스튜어드십코드를 강화한다. 국내 대표적인 소유분산 기업인 금융지주뿐 아니라 KT·포스코 등 오너없는 비금융 회사들까지 지배구조를 손보겠다는 의미다. 정부 개입(관치)이 아닌,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제대로된 집사(steward·스튜어드) 역할을 툥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지배구조까지 개선한다는 게 정부 목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독립성과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늦어도 올해 1분기 안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KT, 포스코 등 비금융 회사 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은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이 붙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보다 깊이 있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후속 대처를 지시하면서 대응 방향성을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금융지주를 포함한 주인없는 기업들은 CEO의 장기집권으로 ‘내치 논란’이 일어왔다. 특히 금융지주에서는 ‘셀프연임’ 논란이 지속되면서 ‘황제경영’을 막기 위한 법들이 발의되기도 했다.
실제로 금융권에선 장기집권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퇴임한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4연임을 했고, 윤종규 현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3연임에 성공했다. 약 10년간 회장직을 지켜오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금융회사엔 특정한 대주주가 없어 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임추위·회추위에 들어가거나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이사회에 앉혀 셀프 연임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선이다. 최근 당국은 임기가 돌아온 금융지주 회장들의 선임 과정에서 이 같은 목소리를 크게 내면서 최근 조용병 신한금융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기도 했다. .
여기에 국민연금의 반대로 연임에 빨간불이 켜진 구현모 KT 대표도 사실상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이사회 결정을 통해 CEO 최종 후보로 오르면서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공식적으로 반대의사를 펼치면서 반전 상황을 맞았다. 관련 업계에선 구 회장도 금융지주 회장 교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보고 있다. 구 대표가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생각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런 일련의 상황을 고려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고위경영진과 임원들의 내부통제 관련한 최종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현재 법에선 책임 영역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24조는 ‘금융회사는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사 대표의 금융사고 방지 의무도 부과할 방침이다. 다만 책임 범위는 ‘중대 금융사고’로 한정하고 사고 예방 조치를 취했을 경우 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책해주게 된다.
금융사 이사회의 감시·감독 의무도 함께 강화한다. 이사진들이 더 이상 ‘거수기’ 역할에 그치지 않도록, 이사회가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업무를 직접 감독하는 식으로 관리 의무가 강화될 예정이다.
또 TF를 통해 비금융사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지배구조에 대한 법률 적용 대상을 비금융사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는 지배개선 논의를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이슈로 접근해 상장사까지 넓히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