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출범부터 빚지고 시작하나…사업도 못 정한 ‘예고제 추경’

by이명철 기자
2022.04.03 15:30:05

인수위 “尹정부 출범 후 추경”…재원 마련 관건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수순…손실보상 외 사업 미정
잉여금·구조조정으론 부족…단계별 추진 필요성도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새 정부 출범 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한다. 추경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인 50조원 안팎으로 거론되지만 정작 손실보상 외 구체적인 사업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추경 편성 시기를 예고했는데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해 선심성 추경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추경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추경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추경과 관련해 “큰 틀에서 인수위가 주도적으로 작업하고 실무 지원은 재정 당국에서 받겠다. (국회) 제출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하겠다”며 5월 이후 추경을 예고했다.

추경을 미룬 가장 큰 이유는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팀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어서 실무 협의가 지연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협의해 추경을 편성할 경우 공을 나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수위가 추경을 미루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방선거 표 계산에 몰두하는 정략적 꼼수”라고 비판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추경 시기를 한 달 이후로 미루면서 편성 요건이 적정한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국가재정법에서는 추경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 변화 등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제 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실상 종료 수순에 접어드는 상황이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이 제도화된 상황에서 5월에 대규모 추경을 편성할 만큼 시급한지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1차 추경 편성 때도 반대 입장을 보이던 재정 당국은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회복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신속한 원포인트 추경을 집행하는 걸로 한발 물러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에서 제시한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 외 사업이 구체화되지도 않았다.

추 간사는 “손실보상을 포함해 민생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 등 다양한 사업들을 검토해 추경 사업에 반영 여부를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경 시기를 미리 정해놓고 사업을 구성하는 ‘선예고 후검토’ 방식인 셈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7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 재원 마련 방안도 여전히 논쟁거리다. 일단 4월 결산을 거치면 지난해에서 넘어온 세계잉여금 활용이 가능하다. 총세입·총세출 결과 세계잉여금은 23조3000억원인데 지방교부금 정산, 공적자금 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을 거치면 3조4000억원 정도를 추경에 쓸 수 있다.

정부는 또 올해 재정사업 평가를 통해 1조5000억원 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키로 했다. 이를 통해 5조원 가량 재원 확보가 가능하지만 여전히 수십조원 재원을 충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올해 33조원대 예산이 투입되는 한국판 뉴딜은 구조조정 우선순위로 꼽히지만 혁신 산업이나 지역구 예산과 밀접해 전액 삭감이 불가능하다. 홍 부총리도 “앞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며 한국판 뉴딜에 포함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장 50조원 추경을 편성하기엔 국채 발행 등 재정 부담이 큰 만큼 우선 20조~30조원대 추경을 편성해 시급한 부분을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손실보상은 필요하지만 정확히 추계해 추경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지출 구조조정이나 예비비 등을 활용해 국채 발행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