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터보 스토닉 아세요? 존재감 없는 국산차 5종

by오토인 기자
2018.11.27 09:18:35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제갈원 기자= 자동차는 언제 단종되는 걸까. 바로 소비자에게 잊혀졌을 때다. 지금은 신차 포화시대다. 제조사에서는 같은 차종에도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으려고 경쟁을 한다. 현대차 쏘나타의 경우 한 때 단일차종으로 7가지의 파워트레인을 갖춰 이를 홍보에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해지는 만큼 소비자의 관심 밖으로 벗어나거나 제조사 측에서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존재조차 잘 모르는 파워트레인이 탑재된 모델도 여럿이다. 올해 판매된 차종 가운데 대표적인 5가지를 골라봤다



올해 8월 기아차는 소리 없이 소형 SUV 스토닉에 1.0L 터보 가솔린 차량을 추가했다.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등에 업고 야심차게 등장했으나 존재감을 전혀 드러내지 못했다. 스토닉이 코나나 티볼리에 비해 차량 자체의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모닝에 올라가는 3기통 가솔린 터보엔진을 달고도 시작 가격이 1914만원이나 됐다. 이는 편의사양이 비슷한 1.4L 스토닉 가솔린 모델보다 110만원 비샀고 구매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최고 출력 120마력, 최대 토크 17.5kg.m에 7단 DCT까지 맞물려 기본형인 1.4L 가솔린에 비해 배기량은 적지만 출력과 토크 모두 높아 상위트림으로 자리잡았다. K9 3.3L 터보 모델이 3.8L 자연흡기 모델보다 상위트림인 것과 같은 셈이다. 복합연비도 13.5km/L로 1.4L에 비해 1km 가량 좋지만 자동차세가 경차 수준인 연 10만원에 불과한 것은 강점이었다. 뒤늦게 통풍시트 옵션이 추가되고 주행안전 패키지 옵션인 드라이브 와이즈에는 차선이탈방지보조 기능까지 넣었다. 그래도 판매량은 제자리 걸음이다.



기대를 모은 쉐보레 말리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26일 출시됐다. 신형에는 1.35L 터보 가솔린 엔진을 얹은 다운사이징 모델도 선보였다.

말리부는 2016년 출시때만 해도 눈길을 끈 인기 중형 세단이다. 문제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있다는 걸 아는 경우가 극소수다. 국산 하이브리드 차종은 현대 그랜저, 기아 니로가 대표적이다. 이들 차량이 연비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선호도가 높아졌다. 한국GM 쉐보레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 따끈한 신차였던 올 뉴 말리부에 하이브리드를 추가했지만 출시와 동시에 빠르게 소비자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이유가 확실했다. 환경부의 저공해차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하이브리드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 커다란 악재로 작용한 것.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km당 95g으로 국내 친환경차 보조금 지원 대상 조건(km당 이산화탄소 97g 이하)은 충족했다. 하지만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입자상물질 등 기준 중 2가지 이상이 불합격돼 '제 2종 저공해차 인증'을 받지 못했다. 결국 이름만 하이브리드가 된 셈이다. 더구나 편의사양을 조정해 가격을 조절했지만 경쟁 모델인 쏘나타, K5 하이브리드에 비해 높은 가격표를 달고 나왔다. 사실상 경쟁력을 상실한 셈이다. 결국 구색 갖추기 모델로 남아 지금까지 연명 중이다. 앞서 비슷한 선례를 남겼던 준대형 세단 알페온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 ‘e어시스트(eAssist)’를 상기시킨다.

기억에 남지 않았던 이유는 또 있다. 일반 가솔린 모델과 차이가 없는 외관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티내고 싶어 안달이었던 쏘나타나 K5 하이브리드와는 다르게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운전석과 조수석 문에 각각 붙은 말리부 레터링 옆, 우측 리어램프 상단에 소심하게 붙어있는 ‘H’로고가 전부다. 쏘나타, K5 하이브리드의 디자인이 너무 튀어 거북하다던 일부 소비자들의 반응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을 법 했다.

자연흡기 1.8L의 비교적 적은 출력의 엔진이 탑재됐지만 고성능 전기모터를 더해 시스템출력 182마력, 합산 토크 38.3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주력모델인 1.5L 터보 모델에 비해 훨씬 우월한 수치다. 복합연비 역시 하이브리드 차량답게 17.1km/L로 경쟁모델에 뒤지지 않는다. 가치에 비해 저평가 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26일 출시된 ‘더 뉴 말리부’(페이스리프트)에는 국내 기준을 충족하는 개선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탑재된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를 끝으로 하이브리드 보조금 혜택이 중단된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아쉬울 뿐이다.





국산 유일의 박스형 경차 더 뉴 레이는 지난 4월 LPI 모델이 슬그머니 추가됐다. 가솔린 모델과 옵션이 동일한 프레스티지 단일 트림으로 출시됐다. 가격은 무려 1,670만원. 가솔린 프레스티지에 비해 오히려 100만원이 비싸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구성이다. 이전 모델에서 가솔린과 LPG를 겸용할 수 있는 ‘바이퓨얼’ 파워트레인을 탑재했지만 높은 가격으로 인한 판매량이 저조해 형제차인 모닝과 함께 단종된 바 있다. 앞서 모닝 LPI가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며 더 뉴 레이 LPI 역시 출시를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이 차는 일반인이 신차로 구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LPG 차량이라는 장점이 있는 데다 최고출력 74마력, 최대토크는 9.6kg.m로 가솔린 엔진과 비교해 출력이 4마력 밖에 낮지 않다. 주행성능은 비슷한데 비해 연료비는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게 매력 포인트다. 높은 가격 문제에다 나쁜 연비도 애로사항이었다. 실내공간은 큼지막한데 기름을 많이 먹어 ‘레쿠스’라는 웃픈(?) 별명이 붙기도 했다.



현재 판매되는 기아차 카니발의 이전 세대인 그랜드 카니발이 풀체인지 하면서 LPI 모델이 단종됐다. 이후 유일하게 남은 11인승 이상 승합 LPI 모델이 현대 그랜드 스타렉스다. 단점은 명확하게도 2.2톤에 달하는 육중한 그랜드 스타렉스를 이끌기에는 다소 낮은 2.4L 세타 LPI엔진의 출력이었다. 이로 인해 실연비가 5km/L 수준으로 디젤모델에 비해 경제성에서 큰 매력이 없다는 점이 저조한 판매로 이어졌다.

최고출력 159마력, 최대토크 23.9kg.m로 주력인 디젤모델에 비해 토크가 낮아 일상영역 주행시 답답하다는 평이 많았다. 또 주행거리가 많아지면 소음진동이 눈에 띄게 심해져 승용차 수준의 정숙성과 진동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단 디젤모델에 비해 가격이 소폭 저렴한 점,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디젤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은 장점이다. 환경부는 올해 “2009년 이전 등록된 어린이 통학용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LPG 차량 구입 시 대당 5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실제 구입가가 크게 낮아진 셈이다. 유일한 LPG 승합차로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이미 올해 보조금이 모두 소진되면서 다시 찬밥 신세가 됐다.



기아 봉고3 LPI 역시 그랜드 스타렉스와 동일한 사양의 2.4L 세타 LPI엔진이 탑재됐다. 마찬가지로 많은 짐을 적재하고 주행하기에는 힘이 부족해 주행성능이 답답하고 연비가 나쁘다는 공통된 지적을 받았다. 공공연히 과적이 이뤄지는 국내 1톤 화물차의 운행 환경을 감안하면 저조한 판매량이 납득된다.

장점 또한 그랜드 스타렉스 LPI와 동일하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10년 이상 노후된 1톤 경유 화물차를 폐차하고 1톤 LPG 화물차로 재 구매시 최대 565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경쟁차인 현대 포터에는 LPI 모델이 없어 사실상 봉고3 LPI만을 위한 혜택인 셈이다. 565만원의 보조금은 조기폐차지원금 165만원, 국고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 각각 200만원이 결합된 금액이다. 혜택을 적용하면 1000만원 초반대에 신차를 구입할 수 있다.

비록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더라도 제조사에서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 소비자 선택의 기회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파워트레인마다 특성과 장단이 있는 만큼 이용 목적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예를 들면 말리부의 경우 막히는 도심주행이 잦다면 1.5L 터보 가솔린 모델보다는 하이브리드가 훨씬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봉고3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스타렉스도 어린이집이나 학원차로 쓴다면 LPI의 출력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렇듯 다양한 파워트레인은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