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동안 시계 멈춘 중국 톈안먼..긴장감만 가득

by김경민 기자
2014.06.04 15:04:19

[베이징= 이데일리 김경민 특파원] 4일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베이징 자금성에 있는 톈안먼(天安門)광장에는 공안과 무장 경찰들이 깔렸다. 이들은 곳곳에 검색대를 배치해 지나가는 사람들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했다. 이날 이곳을 방문한 기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검색대에 배치된 보안요원들은 기자 가방을 열어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하며 흉기나 인화성 위험물질을 있는 지 여부를 확인했다. 작은 가방이라도 절대 그냥 통과되지 않았다. 마치 비행기를 타려는 승객을 대상으로 하는 보안검색을 받는 기분이었다.

또한 경찰들은 2시간마다 한 번씩 톈안먼광장 근무를 교대하는 등 물샐 틈 없는 경계를 펼쳤다.

4일은 중국정부가 톈안먼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무력 진압한 1989년 톈안먼사태가 발생한 지 25주년이 된다.

중국은 그동안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톈안먼 사태에 대해서는 변한 게 없는 모습이다.

이날 베이징시 당국은 고속버스를 타고 상경하는 외지인들이 신분증을 꼭 휴대하도록 하고 신분증 검사도 철저히 했다. 또한 베이징행 승객들이 도중에 내리면 다시 타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분이 불확실한 외지인들이 베이징에서 벌일 지모르는 시위와 돌발사태 등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톈안먼 지구에서 8년째 근무하는 민간 경찰 양닝 씨는 중국 법제만보(法制晩報)와의 인터뷰에서 “근무할 때는 뙤약볕 아래에서도 차양모나 양산을 쓸 수 없다”며 “예전보다 경비가 더욱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보안 통제 수위는 인터넷에서도 높아졌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와 뉴스포털사이트 텅쉰망(騰迅網),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 등에서 ‘톈안먼’ 또는 ‘톈안먼 64’ 등의 단어로 검색한 결과 “관련 법률 및 정책에 따라 검색결과를 보여줄 수 없다”거나 “검색어는 관련 법률 및 규정 내용에 맞지 않는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나오며 검색이 차단됐다.

중국 검열시스템인 이른바 ‘만리방화벽’이 중국에서 구글의 일부 서비스를 차단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인터넷 검열 감시 기구 ‘그레이트파이어(GreatFire.org)’는 지난주부터 구글의 검색과 지메일 등 일부 서비스 접근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구글뿐 아니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도 천안문 사태 관련 글은 삭제되고 있다. 또 베이징에는 보안요원 10만 여명이 곳곳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측은 “원인을 조사한 결과 구글 측에는 기술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톈안먼 사태에 대한 재평가를 중국 당국에 촉구했다.

마 총통은 톈안먼 사건 25주년을 맞은 4일 성명을 내고 “중국 당국이 진지한 자세로 조속히 이 역사적 사건에 대해 재평가해야 하며 영원히 그와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취임 이후 매년 톈안먼 사건 관련 논평을 내 왔지만 중국 측에 이 사건 재평가를 요구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마 총통은 성명에서 지금이 중국이 정치개혁을 실천할 가장 좋은 시점이라며 중국 당국에 언론자유 환경 조성, 법치주의 도입, 인권 보장, 반체제 인사 탄압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태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1980년대 말 중국에서 발생한 정치적 풍파 및 이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미 ‘난동’으로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면서 톈안먼 사태에 대한 재평가 요구가 커졌지만 이를 받아들일 계획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