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사망`에 파키스탄 나라 안팎으로 `곤혹`

by양미영 기자
2011.05.04 09:46:22

빈 라덴 은폐 의혹에 美 조사
자국내 반미 정서 감안해 美 비판 나서

[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미국이 국제테러 조직 알-카에다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자 파키스탄 정부가 이를 비판하고 나서 양국간의 관계 균열이 심화될지 주목받고 있다.

빈 라덴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근처에 은신해 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은 파키스탄이 이를 사전에 은폐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다만 파키스탄과 미국의 이해를 감안할 때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진 않을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외교부는 성명에서 "미국이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고 빈 라덴을 공격한 결정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또 "이들의 무단으로 취한 단독 행동은 일반적으로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당초 미국 정부의 빈 라덴 사살 과정에서 파키스탄 정부가 이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고 실제로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2일 미국이 작전을 실시했고 정보 수집 과정에서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루만에 미국이 그들의 허가 없이 빈 라덴 거처를 급습했다고 입장을 바꾼데는 자국 내에서 미국이 그들의 영토를 침범했다는 비판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가 그동안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반면 반미 정서가 강한 파키스탄 중산층들은 이번 사건이 `나라 체면을 구겼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파키스탄의 한 변호사는 정부에 "이번 행동이 파키스탄의 자주권에 위배됐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앞서 파키스탄 정부는 파키스탄 군대나 정보당국이 그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미국은 조사에 나설 방침을 밝힌 상태다. 빈 라덴이 머물고 있던 저택은 파키스탄 육군사관학교와 인접해 있어 파키스탄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빈 라덴 정보 수집에서 우리의 역할은 제한됐다"며 "2009년 이후 빈 라덴이 그가 사살된 관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미국 정보 당국과 공유했지만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미국이 알려주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또 "최근 3년간 파키스탄 탈레반과 알-카에다 세력과의 전쟁에서 수천명의 군인이 희생되고 9.11 테러 용의자 일부를 검거하는데 우리가 도움을 줬다"며 빈 라덴 은폐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미국도 파키스탄에 대한 조사에 나서긴 했지만 최근 수년간 대테러 정책을 위한 네트워크를 꾸준히 유지해 온 만큼 가능한 원만한 해결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 "미국 정부가 테러 방지를 위해 파키스탄과 신중히 쌓은 관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피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