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중국서 성공하려면 `일도 밥도 술도` 함께 해야죠"

by조태현 기자
2010.12.13 11:02:17

하이닉스 우시 법인, 중국어가 오가는 최첨단 반도체 공장
`一起工作 一起吃飯 一起喝酒` 문구 곳곳에 써있어
"아직 업무 숙련도 낮아…시간이 해결해 줄 것"

[우시= 이데일리 조태현 기자] 빠르게 움직이는 웨이퍼 운송 장비…쉴 새 없이 작업하는 반도체 생산 장비…장비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공장 현장 오퍼레이터…

최근 방문한 하이닉스반도체(000660) 우시 공장의 겉모습은 국내에서 봐왔던 다른 반도체 공장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다. 다른 점이라면 비교적 최근 건설된 공장이라 시설 등이 깔끔해 보였다는 점 정도.

하지만 방진복으로 갈아입고 현장에 들어가 받은 인상은 국내 공장과 완연히 달랐다. 공장 내부에서는 익숙한 한국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단순한 구호부터 직원들이 사용하는 말까지 모든 언어는 중국어였다. 우시 공장에 있는 직원이 사무직 일부를 제외하면 중국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

중국어를 사용하는 직원에게 역시 중국어를 사용하는 관리직원이 큰 소리로 작업을 지시하는 모습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국내 반도체 회사와 어울리지 않는, 색다른 모습이었다.

또 다른 인상적인 장면은 공장 내부에 큰 글씨로 써있는 `一起工作 一起吃飯 一起喝酒`라는 문구. `함께 일하고, 함께 밥먹고, 함께 술도 마신다`라는 뜻을 가진 이 문구는 작업장 곳곳에 붙어 있었다.



하이닉스 만의 중국 현지화 방법이기도 한 이 문구는 국내 직원과 현지 직원의 융합을 이끌어내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현장에서 만난 신군선 차장은 "공장 초기에는 언어적, 문화적 차이 등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직원 간의 융화가 이뤄지면서 의사소통의 문제가 많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수치로 드러난다. 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현재 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량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D램 생산량 중에서는 11%를 차지하는 D램 산업의 중심으로 발돋움했다.

현재 하이닉스 우시 공장의 공정은 완전 자동화돼있는 상태. 다만 일부 공정에는 웨이퍼 운송 장비의 동선이 닿지 않아 오퍼레이터의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장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다보니 일부 장비가 동선에서 벗어나게 된 것.

중국인인 진밍 제조지원 파트장은 "현재 우시 공장의 가동률은 100%인 상태"라며 "4조 3교대로 직원들이 끊임없이 투입돼 바쁘게 작업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공장의 모든 작업이 원할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일부 중국 직원의 업무 숙련도가 높지 않고, 경험을 전해 줄 선배급 직원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은 것.


신군선 차장은 "중국 직원에겐 공산주의 문화가 있어서 주어진 업무에 대해 책임감 있게 처리하지만 아직 반도체 공정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점이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신 차장은 이어 "앞으로 시간이 더 흘러 중국 직원에게 경험이 축적되면 개선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