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창균 기자
2010.08.06 11:44:13
두산重·대림산업 등 대형 프로젝트 진행중인 기업들 피해 많아
제 3국 통한 L/C 거래도 막혀.. "자금 오갈 채널 없어 막막"
[이데일리 이창균 기자] 미국을 중심으로 이란에 대한 국제적 제재 압박강도가 높아지면서 이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용장(L/C) 발급이 원천봉쇄 된데다, 두바이 등 제 3국을 통한 L/C 거래마저 막히면서 돈줄이 꽉 틀어막힌 것이 가장 큰 문제. 결제 채널이 묶이면서 건설·무역업체들의 경우 대금을 받아도 이를 보낼 방법이 없고, 자재를 사려고 해도 돈을 받아 살 방법이 없다는 점을 특히 어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거래 루트가 막힌 업체들은 대체수단을 찾고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KOTRA 테헤란 KBC의 임인택 센터장은 6일 "한국과 이란 간 L/C거래의 길이 1차로 막힌 데다 제3국에서 L/C를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돈줄이 막히다보니 현지에서 한창 공사중이던 건설·중공업 관련업체들이 막막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000210)은 이란에서 4건의 프로젝트를 진행,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LNG프로젝트, 아스파한정유시설증설, LNG 유틸리티&제티 등 3건의 공사를 진행 중이며, 사우스파12 프로젝트는 설계작업에 들어갔다.
두산중공업(034020) 역시 이란에서 지난 2003년부터 8년째 9개 지역에서 화력발전소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마프나보일러'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당시 단일 규모 사상 최대였던 3900억원 규모의 공사다.
이밖에 대우인터내셔널, 삼성물산, SK네트웍스 등 이란에 진출한 종합상사들과 중소 규모의 무역회사들 역시 자금줄이 차단되면서 피해범위가 점차 커져가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무·재무·해외플랜트 등 담당 직원들이 이미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면서 "현지 사정이 아주 좋지 않으며 앞으로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큰 변수"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대체수단’으로 제 3국을 통한 L/C거래를 시도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T/T(전신환)를 통한 소액거래를 활용하고 있지만 담보문제가 있는데다, 금액이 커질 경우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 규모가 커지고, 제재 문제가 단기간에 뾰족한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이란 진출 국내 기업들은 정부에서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주기를 호소하고 있다.
임 센터장은 "자구책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기업들은 우리 정부의 대응책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며 "당초 대 이란 제재의 본질적 취지가 핵무기문제 등 정치·외교 사안에 국한됐던 만큼 무역이나 경제 문제에 한해선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희망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