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외환은행 키코 익스포저 고백하다

by하수정 기자
2008.11.06 11:19:55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외환은행(004940)이 지난 5일 오후 늦게 3분기 실적과 관련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배포했다.

그 자료는 기업과 금융권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에 대한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을 설명하는 데 한 장을 할애했다.

키코 총 거래업체 194개, 이중 중소기업은 183개. 달러-원 환율 1187.7원 기준으로 잔여 계약에 따른 기업들의 평가손실은 총 2869억원이라고 공개했다.

키코로 인해 100억원 이상의 익스포저를 갖고 있는 업체는 6곳으로 태산엘시디와 IDH가 3분기 중 부도처리 됐고 이를 포함해 또 한 곳이 오버헷지된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금융감독원 지도하에 진행될 `패스트트랙` 프로그램 중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 회생 절차가 적용될 C등급과 회생 불가능한 D등급은 9개 업체로 1047억원의 익스포저를 갖고 있다고 고백했다.

태산엘시디(036210) 118억원, IDH(026230) 142억원 외에도 사실상 부실채권이나 다름없는 기업들의 키코 평가손실이 787억원 더 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이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태산엘시디 개별업체에 대한 파생상품 평가손실을 밝힌 적은 있지만, 외환은행과 같이 전체 키코 위험정도를 스스로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프리젠테이션 자료에서 키코 익스포저를 작성한 것은 다름아닌 리처드 웨커 행장.



웨커 행장은 한 페이지를 할애해 키코 관련 정보를 공개하자고 제안했고 각 항목을 직접 작성해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었다.

내부에서는 이번 키코 익스포저 공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번 키코 위험정도를 공개한 것은 웨커 행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외환은행의 이해 당사자들에게 민감하고도 중요한 문제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행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물론, 외환은행 역시 모든 정보를 공개한 것은 아니다. 바젤II를 적용한 3분기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은 밝히지 않았다. 내부등급법 적용을 앞두고 있는 속사정 때문이다.

은행들은 이번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수익 성적 뿐 아니라 실적 발표 행태 역시 시장의 실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일부 은행은 한 자리로 급락한 BIS비율을 발표하지 않는가 하면 심지어 계열사들의 누적 순익만 발표하고 당기순익을 공개하지 않은 `눈가리고 아웅`식의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시장의 불안을 초래하는 것은 언제나 불확실성이다.

웨커 행장의 이번 선택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