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회, 경찰 흑인 집단구타 사망 사건에 분노
by장병호 기자
2023.01.29 19:06:47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미국 사회가 경찰관들의 흑인 운전자 타이어 니컬스에 대한 집단 구타 사망 사건으로 분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시 경찰관들의 태도가 공개돼 여론이 더욱 들끓고 있다.
| 27일(현지시간) 흑인 운전자 구타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주민들이 행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7일 멤피스에서 교통 단속 중이던 경찰관들이 흑인 운전자 타이어 니컬스(29)를 무차별적으로 구타해 숨지게 했다. (사진=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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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시지간) AP 통신은 전날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경찰이 공개한 경찰 보디캠 영상을 상세히 분석해 보도했다.
AP 통신은 67분 분량의 영상을 분석하며 “당신이 사건 현장에 늦게 도착했다면 얻어맞아 피투성이가 된 니컬스가 거기 있는지조차 몰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이 수갑이 채워진 채 널브러진 피해자를 길바닥에 수십분간 방치한 채 천하태평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AP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7일 오후 8시 24분께 귀가 중이던 니컬스를 난폭 운전 혐의로 불러세웠다. 당시 경찰은 처음부터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위압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니컬스는 “알았다”(alright)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니컬스는 경찰이 시킨 대로 땅바닥에 드러누운 뒤 “나는 그저 집에 가려는 것일 뿐이며 당신들은 지금 과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차분히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들이 이를 무시한 채 엎드리라고 소리치며 테이저건을 쏘려고 하자 니컬스가 동요한 듯 일어나 도망치려고 했다고 AP는 보도했다.
이후 경찰은 니컬스를 붙들고는 주먹과 발길질을 가했다. 진압봉을 휘두르고 테이저건을 발사하는 등 무차별적으로 물리력을 가했다. 니컬스는 눈물과 통증을 유발하는 ‘페퍼 스프레이’를 얼굴에 맞은 뒤 추가 구타를 당하면서 완전히 제압됐다. 차가 처음 멈춘 지 14분만인 8시 38분이다.
AP는 “니컬스의 신음이 잦아들자 경찰관들은 거리를 서성이며 동료와 수다를 떠는가 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자약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경찰의 태도를 지적했다. 미국의 문화평론가 투레는 트위터에서 “니콜스를 살해한 경찰관들은 일탈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그들이 특이한 사람인 것도 아니다”라며 “통상 걸리지 않고 넘어갈 뿐 이런게 일반적으로 경찰이 자행하는 절차”라고 비판했다.
사건 발생 이후 세를린 데이비스 멤피스 경찰서장은 이날 니컬스를 집단으로 구타한 경찰관 5명이 소속됐던 ‘스콜피온’ 특수부대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부대를 해체한다고 밝혔다. 니컬스의 유족은 이에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니컬스 사망 이슈는 미국 정가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날 미국 뉴욕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시위대 일부가 경찰과 충돌하며 3명이 체포됐다. 또한 2024년 차기 대선 재도전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이날 AP 인터뷰에서 니컬스 구타 영상에 대해 “끔찍하다”며 “절대로 일어났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