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코앞인데…'노정희 사퇴' 둘러싼 선관위 내홍
by김보겸 기자
2022.03.20 16:39:48
노정희 사퇴 촉구한 상임위원들에도 역풍
"본인들이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 떠넘겨"
21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서 공방 거셀듯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지방선거가 70여일 남은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투표 부실 관리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노정희 선관위원장 사퇴를 압박하는 가운데 상임위원들마저 내부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부실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선거 당선증 교부식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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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선관위 내부 직원들은 노 위원장 사퇴를 촉구한 상임위원들을 향해 거센 비판을 하고 있다. 익명 게시판에는 전국 시도선관위와 중앙선관위 소속 상임위원 15명을 향한 사퇴 촉구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전 투표 등 대통령 선거 부실관리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노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게 뒷북에 불과하다는 반발이다.
선관위 내부 한 직원은 “이번에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중앙에서 근무했던 시·도 상임위원들이 해결 못 하고 떠넘긴 것 아닌가”라며 “연판장을 돌린 본인들이 중앙 자리에 있을 때 해결했어야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직 대법관으로 비상근직인 노 위원장이 선거 사무를 정확히 알기 어려웠을 것이란 동정론마저 나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노 위원장 방어에 나섰다. 지난 19일 이들은 성명을 내고 노 위원장 사퇴 요구가 이어지는 데 대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 업무를 마비시키려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선관위원 9명 중 2명이 대선 전부터 공석이고 김세환 전 사무총장이 사전투표 부실관리 책임을 지고 물러난 상황에서 노 위원장까지 사퇴하면 지방선거 대비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골자다.
노 위원장이 사퇴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후임 위원장의 정치적 성향이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대법원장 지명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는 관례로 봤을 때,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진보성향 대법관을 추천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 편향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노 위원장의 거취를 두고 여야 공방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김 전 사무총장도 사퇴한 마당에 노 위원장이 버티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는 입장을, 민주당은 ‘김 전 사무총장이 사전투표 부실 관리 책임을 지고 물러난 만큼 노 위원장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밀어붙일 전망이다. 이 때문에 선관위 내부에서는 “지방선거를 위해 하루빨리 움직여야 하는 상황인데 선관위가 계속 흔들리며 내부가 혼란하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