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LG 초거대 AI…"스스로 학습하는 상위 1% 전문가'

by최영지 기자
2021.12.14 10:00:00

LG AI연구원, 설립 1주년…'AI 토크 콘서트' 열어
'멀티 모달AI' 엑사원, 이미지 변환·이중언어 사용
상위 1% AI 목표…LG 계열사 활용 이어 대중화 계획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LG가 초거대 인공지능(AI)인 ‘EXAONE’(엑사원)을 전격 공개하며 글로벌 초거대 AI 생태계 확장에 나선다. 엑사원은 언어·이미지·영상 등 정보의 습득·처리가 가능해, 향후 LG전자 등 계열사 사업 등에서 ‘상위 1% 수준의 전문가 AI’로 활용하고 나아가 대중에게도 개방할 계획이다.



LG AI연구원은 14일 설립 1주년을 맞아 온라인으로 진행한 ‘LG AI 토크 콘서트’에서 엑사원을 공개하고, 주요 연구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초거대 AI’는 대용량의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학습·판단할 수 있는 AI를 말한다. 특정 용도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엑사원은 ‘EXpert Ai for everyONE’의 축약어로 ‘인간을 위한 전문가 AI’를 의미한다. LG AI연구원은 5월부터 인간의 뇌에서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시냅스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인공 신경망의 파라미터를 13억개, 130억개, 390억개, 1750억개 등 단계적으로 키우며 초거대 AI를 연구해왔다.

엑사원은 약 3000억개의 파라미터를 보유하고 있다. 언어뿐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의사 소통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 다룰 수 있는 멀티 모달리티(Multi-Modality) 능력을 갖췄다. 이 같은 멀티 모달 AI를 개발하기 위해 LG AI연구원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학습 데이터를 활용했다. 엑사원은 말뭉치 6000억개 및 언어와 이미지가 결합돼 있는 고해상도 이미지 2억5000만장 이상을 학습했다.

데이터 처리과정도 차별화돼 있다. 예컨대 기존 AI는 텍스트를 분석해 이미지를 찾는 수준이었다면, 엑사원은 “호박 모양의 모자를 만들어 줘”라고 말하면, 학습된 정보를 기반으로 스스로 판단해 호박 모양의 모자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 낸다.

EXAONE이 만든 호박 모양의 모자. (사진=LG)
또, 원어민 수준으로 한국어와 영어를 이해하고 구사하는 이중 언어 AI라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다. LG AI연구원은 “멀티 모달 AI로 가는 첫 단계로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언어를 이미지로, 이미지를 언어로 변환하는 기술을 구현했다”면서 “향후 멀티 모달 AI 기술이 고도화되면, AI가 데이터를 습득해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추론하고, 시각과 청각 등 다양한 감각 영역을 넘나드는 창조적 생성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을 제조·연구·교육·금융 등 분야에서 ‘상위 1% 수준의 전문가 AI’로 활약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초거대 AI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LG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한 실증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영역 확대 △대중화를 통한 상생 환경 구축 등 3단계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엑사원을 사용할 수 있는 통로인 오픈 API를 LG전자, LG화학 등 계열사들에게 공개해 사업 전반에 초거대 AI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AI는 전공자가 논문이나 특허와 같은 전문 문헌을 직접 읽고 내용을 요약해 데이터 베이스에 입력한 것을 학습해 왔다. 반면, 언어와 시각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엑사원은 스스로 문헌을 읽고 분석한 뒤,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한다.

이후 LG AI연구원은 금융, 패션, 유통, 교육 등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사와 함께 연합을 결성해 초거대 AI 활용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데이터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엑사원-튜닝’(EXAONE-Tuning)이라는 알고리즘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AI연구원은 궁극적으로 초거대 AI를 일부 기업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대중까지 공개하는 대중화를 통한 상생 환경 구축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LG AI연구원은 이날 행사에서 지난해 12월 출범 이후 1년간의 성과들도 공개했다. 연구 분야에서는 ‘최적 경로 강화 학습’, ‘작곡 하는 AI’ 등 올해에만 18건의 논문이 AAAI, CVPR, ICLR, NeurlPS 등 세계 최고 권위의 인공지능 학회에서 채택되는 성과를 거뒀다.

또, LG 계열사들의 AI 조직과 협력해 사업 기여도와 난이도가 높은 산업 과제를 해결하는 데 AI를 도입했다. 올해는 ‘맞춤형 항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신항원 예측 모델 개발’, ‘세계 최고 수준의 기계 독해 기술을 적용한 챗봇 개발’ 등 18건의 난제를 해결했다. 내년에는 25건 이상의 난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어려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우수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꼭 필요한 전문가 AI를 만드는 연구원이 되고자 한다”며 “국내외 주요 대학 및 석학들과 연구개발 연계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향후 API 공개 및 외부 파트너십을 통해 집단 지성으로 글로벌 초거대 AI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진행된 LG AI 토크 콘서트에서 배경훈 원장이 키노트스피치를 하고 있다.(사진=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