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수도 실종…소비 금융위기 후 첫 3개월연속 뒷걸음(종합)
by박종오 기자
2017.03.02 08:57:15
| △지난달 24일 서울의 한 건어물 전문 재래시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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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연초부터 소비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올 1월 국내 소매 판매가 넉 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며 3개월 연속 뒷걸음질한 것이다. 반면 생산·투자 지표는 반도체 중심 수출 회복에 힘입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전체 산업 생산량은 한 달 전보다 1% 늘었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증가 폭도 전달(0.2%)보다 커졌다.
업종별로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이 생산 증가를 견인했다. 1월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3.3% 늘었다. 작년 12월 -0.5%에서 반등한 것이다.
특히 반도체 생산량이 8.8% 큰 폭으로 늘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중국 수요 증가에 대비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증가했고, 삼성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제조업 재고는 한 달 전보다 2.6% 늘었다. 그러나 재고 증가를 나쁘다고만 해석하긴 어렵다. 반도체 수요 증가 등에 대비해 업체가 생산을 크게 늘린 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달보다 1.7%포인트 높아진 74.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월(74.3%)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비스업 생산도 0.5% 늘며 3개월째 증가세가 이어졌다. 운수업이 전달보다 3.2% 증가한 영향이 컸다. 철도 파업 종료·수서고속철도(SRT) 개통과 설 연휴 해외 여행객 증가 등에 힘입어 철도와 항공업이 호조세를 보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1월 설비투자 역시 2.6% 늘며 3개월 내리 증가세를 탔다. ‘슈퍼 호황’에 올라탄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용 기계 투자 등이 늘어난 영향이다.
문제는 소비다. 1월 국내 소매 판매액은 한 달 전보다 2.2% 줄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소비 지표가 3개월 이상 연속으로 뒷걸음질한 것은 금융위기 때인 2008년 8~12월 이후 처음이다. 감소 폭도 작년 11월 -0.3%에서 12월 -0.5%, 올 1월 -2.2%로 계속 확대하고 있다.
올 1월에는 설 연휴(1월 27~30일)가 있었다. 통상 연휴에는 소비가 평소보다 늘게 마련이나, 이런 반짝 특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부정청탁 방지법 탓이다. 어 과장은 “통상 설 등 연휴를 끼고 있는 달은 생산 지표가 나빠지지만 소비는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올해 설에는 소비 특수가 예전만 못했다”고 했다.
품목별로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가 4.5%, 화장품을 포함한 비내구재가 1.9% 각각 감소했다. 반면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 판매는 0.6% 소폭 늘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8로 한 달 전보다 0.3포인트 올랐다. 3개월 연속 상승세다. 향후 경기 전망을 예고하는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0.7로 전달보다 0.1% 오르며 2개월째 상승세를 기록했다.
주환욱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1월에는 수출 회복세가 생산·투자 확대로 파급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심리 위축 등으로 소비가 둔화했다”며 “내수 부진이 경기 회복세를 제약할 수 있으므로 소비 심리 회복, 지출 여력 확대 등 내수 활성화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