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시장 부진, 장기화 가능성…성장보다 생존에 집중해야”

by정다슬 기자
2016.02.13 23:01:08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지난해 건설사 해외수주 실적이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이런 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3일 ‘해외건설 수주 급락, 일시적 부진인가 장기화 조짐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최근의 해외건설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2015년의 부진을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수주 부진의 장기화 가능성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보다 30% 하락한 46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실적인 476억달러보다 낮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수주액 653억달러보다 약 200억달러 낮은 수준이다.

손 연구위원은 최근 해외건설 수주의 부진 원인을 중동지역 수주 급감으로 꼽았다. 매년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던 중동지역 수주액이 2015년에는 약 150억달러 감소한 165억달러를 기록, 비중이 35.8%로 줄었다. 아울러 아프리카와 유럽지역 수주액도 같은 기간 80% 하락해 17억1000달러를 기록했다.

공사종류별로 분석해보면 2014년에 일시적으로 회복된 듯 보였던 플랜트 부문 수주 규모가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2015년 플랜트 수주액은 전년 대비 252억달러 감소한 265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2007년 252억달러 이후 가장 낮은 규모다.



가장 큰 원인은 2014년 6월부터 시작한 유가 급락 때문이다. 석유 수입 감소로 중동지역의 주요 산유국들이 다수의 프로젝트를 보류·취소하면서 수주가 급감했다.

다만 토목과 건축 부문의 수주액은 전년 대비 각각 50%와 44% 증가한 85억달러와 71억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용역 부문의 수주액은 해외 건설시장에 초도 진출한 이후 역대 최고치인 30억달러를 달성했다.

올해도 이런 상황은 이어질 전망이다. 손 연구위원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며 주요 원인으로 바닥을 모르는 유가 하락과 중동 지역 중심의 안보 리스크 확대를 꼽았다.

손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내실을 다시는 수익성 중심의 수주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 간 전략적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컨소시엄 중심의 수주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중국 등에 비해 자금조달력이 떨어지는 국내 기업에 이는 유효한 전략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이란 건설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정책금융 지원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이란을 공적 금융 지원 대상 국가에 편입시켜 국내 기업들에 수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