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가을과 독서

by김기훈 기자
2014.10.10 10:00:00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왜 유독 봄이나 여름이 아닌 가을이 독서의 계절일까?

남태우 중앙대 교수에 따르면 독서와 가을에는 몇 가지 연관성이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적 요인이다. 하늘이 맑고 기온과 습도가 적당한데다 들판의 곡식이 풍성하고 수확을 앞두고 있어 마음이 평온하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일조량이 풍부한 봄이나 여름에는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져 생식능력 등이 높아진다. 반면 가을에는 호르몬 분비가 줄어 차분해지기 때문에 독서에 전념하기 좋다는 설명이다.

가을에 독서를 장려하는 사자성어로 ‘등화가친(燈火可親)’ 또는 ‘신량등화(新凉燈火)’가 있다. 중국 당나라 대문호인 한유(韓愈)가 아들에게 책 읽기를 권장하려고 지은 시에서 기원했다. 즉,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처음 생길 무렵에 등불 밑에서 글 읽기가 좋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출판계는 가을이 오히려 추운 혹한기라고 한다. 실제 인터넷 서점 등의 월별 판매 추이를 보면 9~11월이 책 판매가 매우 저조하다. 이러다 보니 출판계에서는 ‘가을이 책을 안 읽는 계절이기 때문에 책을 읽게 하려고 독서의 계절을 붙인 것’이라는 말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 게 바빠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책 읽는 데에는 때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회사에서 바쁘면 출퇴근 시간에 전철에서 읽으면 된다. 술자리나 TV 보는 시간을 줄이면 책 읽을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책은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의 지식과 남다른 생각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게다가 좋은 책은 우리의 삶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필자 역시 사회 초년생 시절 노만V.필의 ‘적극적 사고방식’과 데일 카네기의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읽고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요즘 되돌아 보면 나 자신도 모르게 이 책들이 삶의 방향타가 돼줬다. 이처럼 책은 더없이 좋은 삶의 지원자 역할을 해준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도 독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위대한 투자가들의 공통점은 치열한 독서에 있다.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어린 시절부터 책벌레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금도 하루 6시간 이상 책을 읽는다고 한다.

한번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그는 독서를 권하며 이렇게 말했다. “열 살 때 오마하 공공도서관에서 투자 관련 책을 모두 읽었습니다. 어떤 책은 두 번 읽었습니다. 당신의 마음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서로 충돌하게 하세요. 이 충돌을 뛰어넘고 난 뒤 비로소 투자를 시작하세요”

그렇다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선 후기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의 독서 방법에 대해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일과를 정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고 질질 끄는 것보다 나쁜 것이 없다. 많이 읽으려고 욕심내지 말고 속히 읽으려고 하지 마라. 몇 줄을 읽을지 정하고 횟수를 정해 놓고 날마다 읽어 나가라. 뜻이 정밀해지고 의미가 뚜렷해지며 음과 뜻이 익숙해져서 저절로 외워지면 그다음으로 넘어간다’

빨리 많이 읽는 것보다 조금 읽더라도 제대로 똑바로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깊어가는 가을, 더 나은 삶과 투자를 위해서 지금이라도 책 한 권을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