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병묵 기자
2013.03.27 11:03:23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15~28세의 영웅심리를 가진 결손가정 청년’
3·20 방송·금융사 전산망 해킹사태의 범인이 누구인지 붙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해커들이 대개 위와 같은 공통점을 지닌 인물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나니머스’, ‘룰즈섹’ 같은 유명 해킹 집단의 이름을 살펴보면 과시적인 이들의 정체성이 잘 나타난다. 이들은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각각 50명 정도씩의 인원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의 실력을 과시하며 경쟁적으로 활동하지만 필요시에는 연대해 공격하기도 한다.
어나니머스(Anonymous)는 ‘익명성’이라는 말 그대로의 뜻을 가지고 있다. 룰즈섹(LulzSec)은 ‘큰 소리로 웃다’는 뜻의 ‘laugh out loud’에서 세 글자(lul)를 따고 의미 없는 글자 ‘z’와 ‘보안(sec)’을 붙여 이름을 지었다. 해킹을 끝낸 뒤 상대를 큰 소리로 비웃는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LG유플러스(032640)의 그룹웨어를 해킹했다고 자처한 ‘후이즈’라는 세력들도 실제로 있다면 이 같은 이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주로 트위터를 통해 소통하며 자신들끼리만 통용되는 특정 단어를 암호처럼 사용해 소통한다.
해커들은 주로 해커들은 주로 15~28세 사이에 활동하며 결손가정 출신들이 많다. 수년 전 미국에서 검거된 한 해킹 집단 우두머리의 일화는 흥미진진하다. 이혼한 마약밀매상 아버지를 둔 그는 빈민촌 아파트에서 특별한 직장 없이 거주하며 해킹을 일삼았다. 신용회사를 해킹해 동네 주민들의 신용등급을 올려 주면서 이웃으로부터 “좋은 청년”이라는 평판을 받기도 했다고.
문송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이들은 ‘정상 생활’을 하기 전 일탈을 해 보자는 욕구가 강해 해킹을 하는데, 수사당국에 붙잡힌 뒤 인생을 반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감된 후 CIA나 FBI에 취직해 본인의 ‘실력’을 공적인 일에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FBI, 모토로라 등 유명 기관 및 기업을 해킹해 5년 동안 징역을 살기도 했던 ‘전설의 해커’ 케빈 미트닉은 현재 보안업체 미트닉시큐리티컨설팅의 최고경영자로 ‘보안 파수꾼’이 됐다. 지난 달에는 에콰도르 대선의 보안시스템 구축을 수주하는 등 음지에서 양지의 인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조규곤 파수닷컴 대표는 “한국의 경우 해커들이 취직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아 (해커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해킹해 돈을 버는 것보다 회사에 들어가서 월급을 받는 게 더 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