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F 2012] 윤증현 "시장 이기는 정책은 없다"

by포럼사무국 기자
2012.05.24 11:01:00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 공동의장 인터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름길은 경쟁..경쟁없는 빈곤의 평준화 의미 없어"
"사회불평등 소득양극화, 사회안전망으로 치유..복지 지상주의 경계해야"

[이데일리 포럼사무국]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정책은 없습니다. 경쟁력 향상을 위한 최선의 지름길은 바로 경쟁입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따거(大哥·큰형)`로 불린다. 뛰어난 조직 장악력과 업무 추진력으로 관료사회에선 `카리스마 윤`으로도 통한다. 그런 별명답게 그는 인터뷰 내내 단호했다. 기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개방과 경쟁, 시장 원리에 따른 성장 등 자본주의의 핵심가치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오는 6월 12∼13일 ‘자본주의의 재설계(Reframing Capitalism)’를 주제로 열리는 이데일리 주최 세계전략포럼에서 공동의장으로 참여하는 윤 전 장관을 최근 서울 여의도 집무실(윤 연구소)에서 만났다.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자본주의의 재설계라는 화두는 매우 시의적절하다”면서 “문제의 해법은 결국 경쟁을 통한 성장”이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이 던진 첫 번째 메시지는 `개방과 경쟁`이다. 그는 먼저 경제위기가 자본주의의 내재적 모순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경쟁과 승자독식으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 무한이익을 추구하는 금융자본과 결합되면서 경제위기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최근 잇단 경제위기로 거시경제의 안정성이 훼손된 가운데 경기 변동성의 확대에 따른 고용불안과 부의 양극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자본주의의 위기론을 증폭시켰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인 개방과 경쟁의 가치는 절대 양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생존해왔다”면서 “기존 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체제가 나올 수는 있지만 `개방과 경쟁`이라는 자본주의의 가치를 뛰어넘진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자본주의를 대신할 수 있는 체제는 결국 자본주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신 “자본주의의 내재적 모순으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불평등과 양극화는 사회안전망과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치유해야 한다”면서 “경쟁을 하지 않는 빈곤의 평준화는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위기 상황속에서도 성장의 불씨를 다시 되살릴 필요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올해 주요국가들의 리더십 교체가 예정된 상황에서 자본주의 위기론과 맞물린 과도한 복지 지상주의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인기 없는 성장공약보다는 표 몰이가 쉬운 복지공약에 치중하고 있는 국내 정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인가 성장이라는 화두가 실종됐다. 우리는 여전히 성장을 추구해야 하고 더 성장해야 한다”면서 “성장을 해야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복지를 위한 재원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과제는 실업 특히 청년실업”이라면서 “대졸 일자리는 15만개에 불과한데 한 해 대졸자만 5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가롭게 복지만 얘기만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장률이 3%이하로 떨어지면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면서 “최근 경제성장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가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성장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잇단 경제위기의 파고를 헤쳐나가려면 정부가 성장과 복지의 가치 사이에서 균형잡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장을 외치면 마치 복지에 반대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분위기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훌륭한 복지는 일자리다. 복지를 위한 재원의 원천도 성장”이라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자본주의의 핵심가치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산업 구조를 확대균형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수출과 내수의 균형이 중요하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산업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선 다양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풀어야 하는데 정치적 리더십과 국민적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캐머런 총리는 정부 지출액의 25%를 줄이자는 공약을 제시하고도 당선됐다”면서 “결국 어떤 리더십을 선택하느냐는 국민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재벌로 대표되는 대기업에 대해서도 사회적 책임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공동체라는 기반이 붕괴되면 기업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고 바람직한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 전 장관은 “우리 경제는 대기업 위주의 압축성장 정책을 펼쳐왔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건 틀림없다”면서도 “대기업들이 이를 혼자의 힘으로 이뤄낸 것으로 착각하고 이에 따른 과실을 독식하려는 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같은 연장선에서 재벌의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 상속문제를 고민해 봐야 한다”면서 “대기업들도 정신을 차리고 국민에게 사랑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최근 글로벌 기업환경은 개별 기업이 아니라 하청업체를 아우르는 네트워크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조건이며, 그럴 때 윈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 전 장관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면서 “가진 자, 있는 자가 베풀고 더 배려하는 것이 상생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대담 = 송길호 금융부장 (세계전략포럼 사무국장)   
 정리 = 김춘동기자 bomy@edaily.co.kr  김보리기자 bori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