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패닉이 기회..이머징 바겐헌팅 `꿈틀`

by안혜신 기자
2011.08.09 11:12:15

말레이시아 링기트·한국 원 등 바겐헌팅 대상
아직은 글로벌 시장변화 관망중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위기와 기회는 공존한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미국 등급강등에 따라 글로벌 시장이 패닉 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를 이머징 지역 바겐헌팅(저가 매수) 기회로 여기는 세력도 꿈틀거리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영국 애버딘 자산운용에서 70억달러 규모의 이머징시장 자산을 운용하는 에드윈 기티에레즈는 이날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를 매수했다. 이날 오전 5시30분경 이머징 시장에서 공포 수준으로 나타난 매도세를 관찰한 뒤 약 4시간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기티에레즈는 "아시아 통화는 일반적으로 리스크가 낮은데다 긍정적인 말레이시아 경제 펀더멘털 등의 이유로 링깃화를 선호한다"면서 "최근 같은 폭락장세 속에서는 매력적인 매물이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원화 등 장기적으로 가치가 회복되겠지만 단기적인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화폐에 대한 바겐헌팅 기회도 노리고 있다.



이머징 지역 바겐헌팅을 노리는 세력은 기티에레즈 뿐만이 아니다. 이미 미국·유럽 등 선진국 경제에 부정적인 많은 투자자들은 이머징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높은 경제 성장률과 낮은 부채비율 등을 보유한 이머징 시장의 경쟁력이 선진국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주 S&P의 미국 등급강등이 오히려 개발도상국에 일종의 `신용확인증`을 준 것과 다름 없다고 보고 있다. 파블로 키실리노 스톤하버 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 전략을)아무 것도 바꾸지 않았다"면서 "리스크를 줄이기보다는 리스크에 따른 기회가 없는지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연계가 돼있는 멕시코 페소화와 유로존 재정적자 위기에 취약한 동유럽 화폐는 기피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아직 이머징 시장 자산에 대한 바겐헌팅이 본격적이진 않다. 투자자들이 글로벌 시장 변화를 관망하고 있는 것. 브라질 헤알화와 칠레 페소화 등이 이날 오후에만 약 2% 떨어지는 등 이머징 시장 통화 매도세는 아직까지는 무서운 속도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