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기업의 시대]④LG전자 노조원들이 캄보디아로 떠난 까닭
by이승형 기자
2010.12.29 11:03:13
LG電 노조, 지난 1월 국내 기업 최초로 노조의 사회적 책임 선포
케냐에서 캄보디아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구호활동 펼쳐
[이데일리 이승형 기자] "이제 교실 바닥에 앉아 공부하지 않아도 돼요. 더 열심히 공부해서 더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사람이 될게요. 정말 고맙습니다."
지난 10월초 LG전자(066570) 노동조합에는 한 편의 영상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의 송신처는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작은 마을 콘소(Konso).
영상에는 수십여명의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 아이들은 콘소 현지에 있는 'LG희망학교' 학생들이다.
LG전자 노조에 감사의 영상편지를 보내온 에티오피아의 아이들. 이들의 미소가 티없이 맑기만 하다. |
지난 7월 LG전자 노조원들이 자선행사로 번 돈으로 이 학교에 책걸상을 기증하자,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학생들이 영상을 보낸 것이었다.
박준수 LG전자 노조위원장은 "아이들이 밝은 모습으로 고맙다고 말하니 절로 가슴이 뭉클했다"며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에 우리가 더 힘을 얻은 것 같아 우리가 오히려 고마웠다"고 말했다.
작은 선행을 하고, 그 선행으로 인해 누군가가 감사의 말을 전하는 일들이 반복될 때 세상은 좀 더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학생들과 노조원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LG전자 노조의 행보는 '유별난' 구석이 있다. 전 세계 어떤 노조와 비교해봐도 그렇다. 지난 90년 이후 21년 연속 무분규 임금 협상 타결은 둘째 치고, 어려운 이웃들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다.
그러다보니 지구촌 여기 저기에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하고, 궂은 일도 나서서 하는 독특한 '현상'이 벌어진다. 기업이 아닌 노조가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LG전자 노조는 지난 1월 28일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USR:Union Social Responsibility)'을 선포했다. 이날 노조는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해 ▲생태계 보존 ▲사회적 약자 보호 ▲회사의 윤리경영 촉진 ▲경영혁신 주도 등의 4가지 실천지침을 마련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의 환경은 급속한 경제발전과 세계화로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불균형을 겪고 있어 모두가 대처해야 할 위기이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USR을 선언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조의 실행계획을 살펴 보면 '정부와 기업이 해야할 몫'이 총망라돼 있다. 노조가 온실가스 감축이나 하천 정화, 사회적 약자 차별 해소 등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하는 일은 흔한 일은 아니다.
캄보디아에서 구호활동을 펼친 LG전자 노조원들이 현지 마을 주민들과 찍은 기념 사진. |
LG전자 노조원 20명은 지난 5월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캄보디아 북부 내륙 지역 씨엠립주의 꼭젠 마을을 찾았다.
이들은 이 오지에서 우물을 파고, 화장실을 짓고, 놀이터와 마을회관을 만들었다. 배낭 속에는 이 마을 사람들에게 전할 생필품과 학용품이 들어 있었다. 노조원들은 마을 사람들과 자매 결연도 맺었다.
노조의 사회적 책임은 이런 구호 활동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 4월에는 국제백신연구소와 손잡고 아프리카 백신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백신을 연구, 개발해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지에서 접종 사업을 지원한다는 것.
지난 1월에는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아이티에 5000만원의 긴급 구호 기금을 전달했고, 지난달에는 포격으로 절망에 빠져 있는 연평도에 구호 기금 3000만원을 전하기도 했다.
특이한 것은 이러한 기금이 임직원들의 월급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우수리 기금'이라 불리는 이 돈은 지난 95년부터 매월 임직원들의 급여 가운데 1000원 미만의 우수리를 공제해 적립돼 왔다.
노조는 또 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 행사를 종종 펼친다. 지난 3월 노조는 일일찻집을 열어 아프리카 산 꿀로 차를 만들어 빵과 함께 팔았다. 아프리카 기아 구제를 위한 모금행사였다. 행사에 사용된 꿀과 빵은 모두 노조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는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마을 주민들이 고마운 마음에 보내온 선물이었다.
이 때문에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구내식당 앞 일일찻집이나 노조 체육대회 운동장 구석의 음료 판매대가 종종 목격된다. 이 곳에서 나온 수익금이 차곡차곡 쌓여 지구촌 마을 사람들을 돕는 데 이용되는 것이다.
LG전자 노조의 이같은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해 전문가들은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