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근 국제금융단상)크리스마스와 우울한 시장

by경제부 기자
2002.12.24 13:17:39

[edaily] 정말 내일이면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의 스크루지 영감 밑에서 일하던 가난한 샐러리맨 봅의 소망처럼 마음이 설레고 푸근하고 무엇인가 행복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성탄전야 이브입니다. 모든 더러운 것들을 덮고 온세상 하얗게 덮어 순백으로 만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면서 귤 한 봉지에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고소한 땅콩이 박힌 호떡 한 봉지와 아이들에게 선물할 예쁜 색깔의 양말 꾸러미와 털귀마개 한 쌍, 사랑하는 안사람을 위한 연분홍빛 립스틱과 초록 빛 덧신 한 켤레를 들고 흥얼흥얼 캐롤을 부르며 빙판져 미끄러운 고개길을 연탄재 깨뜨려 메운 곳만 골라 조심스레 올라오시던 아버지의 성탄절 이브가 그리워지는 그런 날입니다. 그러나 성탄과 새해를 코앞에 두고 새 대통령을 요란하게 선출한 바로 뒷끝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온통 먹구름만 가득한 것 같습니다. 돼지털처럼 뻣뻣하기만 한 북한의 핵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알 수 없는 세계경제인지 지정학적 문제인지가 먹구름을 금방이라도 태풍으로 바꿀 것처럼 으르렁대고 있습니다. 탄일종이 울려나오는 바닷가 오막살이 집의 호롱불 빛이 과연 얼마나 멀리 날아가 광풍에 시달리고 있는 외폭 돛배의 선원들에게 희망을 전해줄지 그저 궁금하기만 합니다. 소문난 잔치엔 먹을게 없다고 했지만 누구나 다들 읊어대는 이라크전쟁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 시장을 괴롭힙니다. 오늘따라 이라크 전쟁이 임박했다는 등 이미 전쟁은 결정됐다는 등의 소문이 달러를 꼭지잡아 흔들어 댑니다. 진짜 전쟁 소문인지 미국이 은근슬쩍 약엔 정책에 대항하여 약달러 정책으로 대응하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시금 120엔 아래로 달러를 밀어냅니다. 덕분에 원화도 1200원선에서 턱걸이를 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슬금슬금 올라가고 있는 국제 기름가격이 어찌보면 최대 위협수단입니다. 있는 자들의 전쟁이라고나 할까요? 나머진 그저 앉아서 당하는 것이지요.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와 민주당의 불안한 행보가 더욱 우리의 앞날을 초조하게 합니다. 모든 정책을 뒤집어 보겠다는 심보인지는 몰라도 경제의 불안이란 불확실성의 증가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조흥은행 매각지연이나 전력, 가스 등 민영화 재검토나 행정수도의 이전, 북한 핵문제 대한 엉거주춤... 가뜩이나 어려워지는 국제정세에서 국내문제까지 덤터기를 쓰는 것은 아닌지 답답합니다. 그래도 판도라의 상자를 끌어안고 있는 사람들이란 앞날에 대한 꿈을 버릴 수는 없나 봅니다. 성탄절과 새해에 비는 덕담같은 것인지는 몰라도 USA Today지의 이코노미스트들 설문조사 결과는 내년 경제에 대한 조심스런 회복세 전망을 담고 있습니다. 3.2% GDP성장, 하반기의 2%까지의 단기금리인상 예상, 현재 6% 실업률의 5.7%대 하락, 주식시장의 완만한 상승 등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이라크 전쟁발발에 따른 유가폭등, 추가테러, 소비자신뢰하락 등의 악재 변수를 꼬리에 달고 있기는 하지만 성탄절 전야를 맞이하는 소박한 서민의 내년에 대한 꿈재료로 써먹기에는 나쁘진 않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즐거운 성탄절과 복되고 아름다운 새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산업은행 금융공학실 정해근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