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투자 빛본 K배터리, 수주 1000조 시대 열다

by김은경 기자
2023.10.03 17:34:07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성장 전망 유효
앞으로 10년간 생산할 물량 이미 확보
메탈 가격 하락 여파로 3분기 '역성장'
수주잔고 탄탄…4분기 수요·생산 회복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폭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3사가 달성한 누적 수주액만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과 맞물린 탄탄한 수주 실적에 힘입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지속적인 성장에는 이견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수주액이 440조원에 달하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3분기에만 160조원가량을 추가 수주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 3분기 기준 누적 수주액은 600조원에 이르게 된다. 같은 기간 삼성SDI의 누적 수주액은 약 260조원으로 추정되며 SK온은 300조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했다.

국내 배터리 3사 누적 수주액.(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같은 성장세는 미국과 유럽 등 현지에서 공격적인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해 대규모 증설을 추진한 국내 배터리 3사의 성과가 수주를 통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배터리 3사의 대미(對美) 투자금액은 올해 8월말 현재 45조740억원(LG에너지솔루션 27조원·삼성SDI 7조4000억원·SK온 11조3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3사가 앞으로 10여 년간 현재 수주 물량을 소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힘입어 3사의 올해 합산 연매출은 7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회사별로 LG에너지솔루션 35조원, 삼성SDI 24조원, SK온 14조원 수준의 연간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유럽 전기차 판매 둔화와 리튬 등 원재료인 메탈 가격 하락 영향으로 매출 성장세가 잠시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에는 전기차 수요가 되살아나고 해외 공장 가동률이 회복되면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 평균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3분기 매출은 8조3871억원, 영업이익은 6911억원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볼트 EV 리콜 충당금 1510억원이 반영된 전분기(4606억원) 대비 약 50% 증가했으나 매출은 전분기(8조7735억원) 대비 4.4% 감소해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감소는 유럽 지역에서 지속된 고물가와 주요 국가 국내총생산(GDP) 역성장으로 완성차 제조사(OEM)의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올해 지역별 전기차 판매량 전망은 유럽 3.9%, 중국 0.6% 하향 조정되는 등 북미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수요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3분기에는 계절적으로 여름 휴가철이 겹치면서 완성차 제조사 가동률이 하락해 일시적인 수요 감소도 불가피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상반기 큰 폭으로 하락한 메탈 가격은 하반기 제품 판가에 본격 반영되면서 평균판매단가(ASP)를 끌어내려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했다. 다만 매출과 달리 영업이익이 상승한 점에 미뤄 완성차 제조사와의 메탈가 연동 계약을 통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사진=SK온)
삼성SDI(006400)의 경우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처럼 공격적으로 글로벌 완성차와의 해외 생산 거점 확대에 나서는 대신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내실을 다지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전기차 판매 둔화에 따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I의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6조375억원, 영업이익 5329억원으로 5분기 연속 매출 5조원 돌파 기록을 이어갈 전망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분기(매출 5조8406억원·영업이익 4502억원) 대비 각각 3.4%, 18.4% 증가한 수치다. 다만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전년 동기(매출 5조3680억원·영업이익 5659억원)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5.8%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3분기에도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SK온이 3분기 약 17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사인 포드 공장이 증설을 위해 약 6주간 가동을 중단하면서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분석된다. 4분기에는 포드 공장이 정상 가동하면서 SK온의 흑자 전환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에서는 배터리 3사가 탄탄한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4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회사별 예상 영업이익은 LG에너지솔루션 8565억원, 삼성SDI 5981억원, SK온 532억원(AMPC, 미국 IRA의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 포함) 수준이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이 불가피한 만큼 더뎠던 전기차 보급 속도도 점차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단기 수요 확대에 부담이 되는 여러 요인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들 때문에 중장기 전기차 판매 성장 전망은 유효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