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나무다리서 만난 조국-나경원…“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by조용석 기자
2018.12.30 17:19:18
서울대법대 82학번 동기…12년 만에 국회 온 민정수석
조국, 정면승부할 듯…조직관리 실패 포괄적사과 전망
벼르는 나경원…운영위 보강하고 대책회의 직접 챙겨
“한국당, 내용없이 트잡 잡기 하다 역풍 맞을 수도”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왼쪽)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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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맞붙는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폭로한 여러 의혹을 정리해야 하는 조 수석과 취임 초 확실한 입지를 다져야하는 나 원내대표가 외나무다리에서 벌이는 절박한 싸움이기도 하다.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내년 정국 주도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수석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민간 사찰 의혹’과 관련 31일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함께 출석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질문은 조 수석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 출석요청에 응한 것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전해철 수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후 12년 만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사건으로 국회 출석을 요구받았던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은 이를 거부하고 사직을 선택하기도 했다.
조 수석과 가장 얼굴을 붉힐 이는 나 원내대표다. 지난 12일 취임한 나 원내대표는 관련 의혹이 불거진 후 청와대를 집중 저격하며 조 수석의 국회 출석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여론의 질타를 감내하고도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과 조 수석 출석을 연계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결국 성공했다. 정부여당은 본회의가 열린 27일 오전까지도 조 수석의 출석은 없을 것이라고 버텼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김용균법 등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출석을 직접 지시하면서 성사됐다.
얄궂은 것은 조 수석과나 원내대표와의 인연이다. 조 수석과 나 원내대표는 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과 함께 학교를 다녔다. 조 수석이 초등학교를 빨리 입학해 나 원내대표(55세)보다 2살 적다. 나 원내대표는 2012년 TV프로그램에 출연 “(조 수석이)동기들보다 나이가 어려 굉장히 귀여운 동생 보듯이 봤다”며 “대학 때 별명이 ‘입 큰 개구리’였다”고 말했다. 반면 조 수석은 2011년 발간된 대담집에서 나 원내대표에 대해 “대학시절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이들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조 수석은 학계와 시민단체를 오가며 진보적 정치활동에 매진한 반면, 나 원내대표는 법관을 하다 2002년 정치에 입문한 뒤 줄곧 보수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정치권에서는 조 수석의 국회 출석이 나 원내대표와 조 수석 모두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조 수석은 위기대응 능력을, 나 원내대표는 당내 입지를 다지고 대여 공격력을 증명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조 수석은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의 폭로와 관련 대부분 선긋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과 김현미 국토부장관간 갈등설, 우윤근 러시아대사 금품수수 동향 문건 등을 제외하고는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또는 이인걸 전 특감반장이 폐기했다고 주장할 전망이다. 환경부 산하기관 기관장 및 고위간부 관련 블랙리스트 의혹, 김 전 특별감찰반원의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와의 관계도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들겨 맞겠지만 맞으며 가겠다’고 밝힌 만큼 한국당의 공세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민정수석 산하 부서인 특별감찰반에 대한 관리 책임, 청와대 비서관 음주운전 등 최근 공직기강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14일 서면 발표 때와 같이 포괄적 사과를 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정국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나 원내대표는 그동안 발표하지 않았던 의혹도 함께 제기하며 파상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공격력 강화를 위해 운영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을 대거 교체한 나 원내대표는 일요일인 30일에도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 회의에 직접 참석해 마지막 점검을 했다.
일각에서는 조 수석의 대처에 따라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조 수석이 야당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거나, 한국당이 효과적인 공세를 펴지 못하는 경우 오히려 정부여당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용균법을 볼모로 조 수석을 국회로 출석시킨 한국당이 내용 없이 트집 잡기식 질의로 일관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반면 조 수석과 청와대가 대응에 실패할 경우 적폐청산 및 검경수사권 조정 동력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