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재판, 김준홍 입 의존성 커져..재판부, 진술변화 주목

by김현아 기자
2013.06.21 13:39:20

김 전 대표 "김원홍이 거짓말까지 시켰다..450억 원은 개인거래 아냐"
선지급과 횡령, 김 대표 증언 논리적 모순.."최 회장은 나중에 알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다음 주 금요일(28일) 변론 종결을 앞둔 최태원 SK 회장의 회삿돈 횡령혐의 항소심 결과에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증언이 중요해지고 있다.

재판부가 최근 열린 세 차례 공판에 이어 24일 공판에서도 김 전 대표 심문에 시간 대부분을 할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SK텔레콤(017670), SK C&C(034730) 등 SK(003600) 계열사들이 2008년 10월부터 12월까지 1500여억 원을 베넥스가 만들려던 펀드에 선입금하고, 이 중 450억 원이 김 전 대표 계좌에서 최태원 회장 형제의 선물옵션투자를 맡았던 김원홍 씨 계좌로 빠져나간 이번 사건의 핵심 피고인이자 증인이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2011년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부터 원심 재판, 그리고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진술을 번복해 재판부가 어떤 진술에 무게를 두고 유·무죄를 판단할지 주목된다.

서울지방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21일 오전 열린 공판에서 김준홍 전 대표는 2011년 9월 이 사건이 검찰 금융조사3부에서 특수1부로 바뀌면서 SK법무팀 변호사 등이 참석한 김앤장 법무법인 주재 대책회의에서 회장 형제와의 관련성을 없애고 본인이 모든 걸 책임지기로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처음에 펀드는 Top-down이 아니고, 돈거래는 김원홍과의 개인거래라는 거짓말을 한 것은 대책회의 결과”라고 밝혔다.

그리고 원심 재판 와중에 보석으로 잠시 풀려났을 때 김원홍 씨로부터 거짓말을 하라는 협박까지 받았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사 준 전화기로 중국에 있던 김원홍 부회장님과 통화했는데, ‘내가 보험금 꿔 달라고 했지 않느냐’는 거짓말까지 하라면서 다섯 차례, 일곱 차례 전화해서 반발해 전화를 끊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최태원 회장이 펀드 자금 중 450억 원 횡령(인출) 사실을 지시했거나 사전에 인지하지 않았느냐에 대해서는 “아니다”라고 일관 되게 진술했다. 450억 원이 개인 거래는 아니라면서 최 회장은 몰랐고, 관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최 회장은 세무조사 이후 450억 원 인출 사실을 알고 펀드하는 사람이 이런 지경이면 되느냐고 타박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마지막 송금일인 2008년 12월 31일 최 회장과 만난 이유에 대해서도 “송금이야기를 한 게 아니라, 당시 SK그룹이 베넥스를 인수해서 키우려는 데 대한 답변을 드리려 만난 것”이라고 했다.

문용선 재판장이 전 SK그룹 재무팀 소속 직원이었던 박기상 씨가 만든 ‘예상시나리오-펀드 투자관련’ 문서의 내용에 대해서도 부정했다. 재판장은 “박 씨 작성 문서 중 펀드 중 일부를 (회장 자금 마련을 위해) 유출 시 기존 명의 계좌를 쓰면 문제가 된다는 지적에 따라 김 전대표의 계좌에서 450억 원을 인출한 것 아니냐”고 따졌지만, 김 전 대표는 “아닙니다”라면서 “제 명의로 한 것은 베넥스 회사 차원에서 유명인 명의로 하면 타깃이 되니 그리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다음 공판은 24일 오전 10시 312호 중법정에서 종일 진행된다. 오전에는 재판부의 김준홍 전 대표 추가 증인 심문이 있고, 이후 검찰과 변호인의 심문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