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승현 기자
2013.05.07 11:10:58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최근 남양유업의 한 영업사원이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주에게 욕설을 섞어 가며 제품 구매를 강요하는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로 인해 남양유업은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불공정행위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게 됐으며,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남양유업은 영업사원과 대리점에 대해 실적 달성 압박이 강한 곳으로 유명했다. 실제 대리점과의 마찰도 많았다. 이처럼 차곡차곡 쌓였던 문제가 결국 터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물량횡포(푸쉬)는 남양유업만 쓰는 영업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푸쉬’, 즉 밀어내기 판매는 대리점이나 도매상에서 원하는 수량 보다 더 많은 양을 떠넘기는 것으로 식품업계에서는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 관행이다.
보통 신제품이 출시됐을 때나 회사 정책적으로 미는 제품이 있을 때 식품 영업조직에서는 푸쉬 전략을 사용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실적을 올리는데 이만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이번 남양유업 사태에 나타났듯이 푸쉬로 인해 과잉 공급된 물량은 고스란히 대리점의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규모가 작고 본사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대리점일수록 푸쉬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 피해는 더욱 커진다.
본사가 설정한 영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푸쉬를 할 수밖에 없는 영업사원들 역시 피해자다. 과도한 할인율을 적용해 대리점에 납품을 하다가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경우도 있고, 그 빚을 퇴사한 후에 까지 개인적으로 갚고 있는 사례도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들이 무리하게 영업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나 회사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전년대비 ‘+α’로 목표를 설정하는 전근대적인 방식이 존재하는 한 푸쉬 관행도, 자식뻘의 영업사원이 아버지뻘의 대리점주에게 욕설을 하는 일도, 영업사원이 일을 할수록 빚더미에 앉게 되는 이상한 일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부디 식품업계가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무리한 영업관행을 개혁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