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 반도체소재 `그래핀` 상용화 첫 발(종합)
by김정남 기자
2012.05.18 13:32:18
그래핀, 기존 실리콘에 비해 두께·속도 등에서 월등
공정한계 다다른 실리콘..삼성, 미래 반도체 시급
실리콘과 그래핀 접합..신소재 `배리스터` 개발
▲그래핀 트랜지스터 `배리스터`의 개발을 주도한 박성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오른쪽)과 정현종 전문연구원이 배리스터를 탑재한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삼성전자가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Graphene)의 상용화에 물꼬를 텄다. 두께는 얇으면서도 전자 이동도는 뛰어난 그래핀을 활용,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를 개발했다.
그동안 반도체 소재의 `터줏대감`은 실리콘(Si)이었다. 하지만 실리콘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실리콘의 특성만으로 더 정교한 양산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전자가 그래핀 소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18일 삼성전자(005930)에 따르면 이 회사의 종합기술원이 개발한 그래핀 트랜지스터 구조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오프라인 주간지에는 이달 말 게재될 예정이다.
그래핀은 흑연에서 벗겨낸 한 겹의 탄소 원자막으로, 원자들이 6각형 벌집 구조로 결합된 나노 소재다.
그래핀은 기존 반도체 트랜지스터에 탑재된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또 소재 중에서 두께는 가장 얇으면서도 강도는 강철의 100배 이상일 정도로 뛰어난 물질로 평가된다.
그래핀은 실리콘을 대체할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나노대 D램을 생산 중이다. 기술적인 한계로 여겨지는 10나노대 공정을 코 앞에 뒀다. 하지만 그래핀은 10나노대 이하에서도 양산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개발한 그래핀 트랜지스터의 구조. 기존 반도체 트랜지스터에 탑재된 실리콘에 그래핀을 입힌 것이 기본 구조다. 실리콘과 그래핀의 접합 지점에 생긴 `쇼키장벽`을 통해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것이 새로운 소자의 원리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이 새로운 소자를 `배리스터`라고 명명했다. |
삼성전자가 강조하는 그래핀 트랜지스터의 방점은 `속도`다. 속도를 높이려면 반도체 내에 탑재된 수십억개 트랜지스터의 크기를 줄여 전자의 이동거리를 좁히거나 혹은 전자의 이동도가 더 높은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핀이 실리콘을 대체할 물질로 각광받아 온 이유다.
다만 그래핀이 금속성을 지니고 있어 전류를 차단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트랜지스터는 물을 틀고 잠글 수 있는 수도꼭지와 같아서, 반도체에 흐르는 전류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그래핀을 실리콘 대신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도체화 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그래핀의 전자 이동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난제였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이 같은 난제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풀었다. 소재로서 독보적인 장점을 가진 그래핀을 활용하되, 실리콘을 아예 없애지는 않는 쪽으로 연구의 방향을 잡았다.
해법은 그래핀과 실리콘을 접합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그래핀과 실리콘을 붙여 `쇼키장벽(Schottky Barrier)`을 만들고, 이 장벽의 높이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전류의 흐름과 차단을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쇼키장벽이란, 금속과 반도체가 만나는 접합에서 생기는 에너지 장벽을 말한다. 전류가 금속에서 실리콘으로 흐르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이 새로운 소자를 `배리스터(Barristor)`로 명명했다. 장벽(Barrier)을 직접 조절하는 트랜지스터라는 의미다.
배리스터 개발을 주도한 박성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 기술적인 검증은 이미 끝났고, 여러 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그래핀 트랜지스터가 상용화의 길을 밟는다면, 100배 이상 빠른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한 PC 등 획기전으로 진화된 기기가 등장할 전망이다.
박 전문연구원은 "응답속도가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소재여서, 높은 수준의 작업을 요하는 어떤 기기에서도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그래핀이 반도체 뿐만 아니라 태양전지, 터치스크린 패널 등에도 광범위하게 쓰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계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함께 개발에 참여한 정현종 전문연구원은 "상용화 시점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오는 2020년쯤이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기존 반도체 공장에 그래핀을 입히는 새로운 공정이 들어간 만큼 그 전후에 필요한 새 공정을 빨리 갖추는 것이 상용화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리콘에 비해 생산비용이 많지도 않다"고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그래핀 트랜지스터의 동작방식과 구조와 관련한 핵심 특허 9건을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