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꿈의 여객기` 우여곡절 끝 3년만에 인도

by임일곤 기자
2011.09.26 14:22:12

보잉 787기 日 ANA에 3년만에 인도
무리한 공장가동·아웃소싱 등 원인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미국 보잉사가 야심차게 개발해온 `꿈의 여객기` 보잉 787기가 첫 고객인 일본 전일본공수(ANA)에 인도됐다. 제작과 디자인상 문제로 예정보다 3년이나 인도가 미뤄진 것인데 보잉의 생산 방식 재검토는 물론 회사 신뢰에도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보잉사는 이날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항공기 조립 공장에서 787기 첫 기체를 ANA에 인도했다. 787기는 오는 28일에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ANA 이름을 단 787기는 오는 10월 첫 시험 비행을 시작으로 11월부터 일본 국내선, 내년 1월부터는 국제선 취항에 나설 예정이다.

▲ 보잉 787 (사진출처: 보잉)

보잉은 지난 2003년 `드림라이너(Dreamliner)`란 이름의 차세대 여객기 787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787기는 군용기나 제트기에 사용됐던 탄소 섬유를 여객기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보통 여객기 동체 재질로 사용된 알루미늄 대신 단단하지만 가벼운 탄소 섬유를 사용해 연료도 기존 767기보다 20% 적게 든다.

하지만 제작과 디자인 문제로 인도가 늦어지면서 보잉은 ANA 등 고객사들에게 계약 불이행에 따른 보상금을 물어야 했다. ANA에는 당초 2008년 상반기에 인도할 예정였으나 3년이나 지연된 것이다.



787 인도가 지연되면서 보잉은 회사 신뢰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얼마 전 보잉은 최신 점보 여객기 747-8기를 룩셈부르크 화물운송 전문항공사 카고룩스에 인도하려고 행사를 열 계획였으나 카고룩스측이 인도를 거부하면서 행사가 갑작스럽게 취소된 바 있다.

이는 보잉의 747-8기의 연료 소비 기준이 초기 계약에 못 미쳤기 때문이란 분석과 함께 카고룩스의 지분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는 카타르 항공이 기체 인도 지연에 대한 보상 관련 협상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787기가 ANA에 첫 인도되면서 보잉 경영진들은 한숨을 돌리긴 했으나 남아 있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앞서 짐 맥너니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09년에 787 개발 프로젝트가 수차례 연기됐을 당시에 "787 개발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고 상처도 많이 받았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FT는 보잉의 787 인도가 지연된 원인으로 생산을 늘리기 위해 항공기 제작에 익숙치 않은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을 가동한 점이나 글로벌 아웃소싱을 확대한 점 등을 지적했다. 또한 인도 지연으로 보잉이 고객사들에게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787로 수익을 내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