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보리 기자
2011.05.27 10:50:58
"충돌해 차 세워!"..현대 하이브리드 개발 비사
"쏘나타 가솔린 모델과 경쟁할 차를 만들어라"
브레이크·배터리에서 엔진소음까지 테스트 스토리 눈길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앞 쪽에 차 한대를 배치해. 브레이크에 이상이 있으면, 그 차와 충돌해 세우는 수밖에…"
지난해 8월 어느 여름 날, 현대차 하이브리드 개발팀 연구원들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지리산 내리막길을 따라, 쏘나타 하이브리드 제동력 테스트를 하던 중 차량에 밀림 현상이 일어난 것. 현대차 개발팀은 쏘나타 하이브리드 앞쪽에 한 대의 차를 배치해 문제가 생기면 그 차와 충돌해 세우기로 했다.
브레이크 테스트에 참가한 한 연구원은 "다행히 사고 없이 원인을 찾아서 개선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며 소회를 털어놨다.
현대차(005380)는 이같은 연구·개발 인원들의 노력이 오롯이 담겨있는 쏘나타 하이브리드 개발스토리를 27일 내놨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현대차 하이브리 기술의 전환점을 제시한 모델이기에 그만큼 사연도 많았다.
현대차는 지난 2009년 아반떼 LPi하이브리드를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참담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개발자들의 어깨는 더 무거웠다. 3년 여의 노력 끝에 전기 모터, 회생제동 브레이크 등 완성품 기준으로 100%를 모두 현대차의 기술력으로 완성한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내놓을 수 있었다.
'배터리 내구성을 시험하라' 섭씨 67℃ vs 영하 38℃. 연 평균 강수량 66mm로 미국에서 가장 덥기로 유명한 데스밸리에서 빙하의 나라 알래스카까지.
현대차 연구원들은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가장 중요한 온도 민감성을 실험하기 위해 100℃ 이상의 온도를 넘나들었다. 급격한 온도차로 일부 연구원들은 피부병에 시달리기도 했고, 질긴 청바지 마저 해어져 버리기 일쑤였다.
하이브리드카 배터리는 주위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점을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하이브리드카 배터리는 일정 기온 이상 올라가거나 일정 기온 이하로 떨어지면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는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현대차는 혹한기, 혹서기 테스트를 오가며 어떤 온도 상황에서도 이상이 없는 성능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었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카의 핵심부품인 회생제동 브레이크를 대량생산 직전에 진공펌프 타입에서 고압타입으로 바꿨다. 회생제동 브레이크는 제동과 동시에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하이브리드카 기술력의 정수다.
생산 직전 시험 모델에 무모한 도전이란 지적을 받으면서도 결국 브레이크 방식을 변경해, 가솔린 차량 대비 공기 저항을 3.2% 개선할 수 있었다.
"시각 장애인을 모셔다가 엔진음 테스트를 받으면 어떨까요"
하이브리드카는 내연 기관 자동차와 달리 엔진 동작 없이 모터로 주행이 돼 시동을 걸 경우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저속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감지하기 위해서도 '가상엔진 사운드'가 필요한 것. 현대차 하이브리드 개발팀은 가상엔진음을 일반인을 비롯, 시각장애인들의 품평도 진행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현대차 선행패키지 개발팀 연구원은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경쟁차는 쏘나타 가솔린 차량이라고 생각하고 개발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니깐 성능은 적당히 해도 된다는 타협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총 주행거리 231만km로 지구의 57바퀴 주행 시험을 마쳤다"면서 "실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지난 4월 미국에 출시된 주요 하이브리드 모델 가운데 10위를 차지한 만큼 자신감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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