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천승현 기자
2011.01.05 10:14:49
경쟁력 있는 신약 부재 `수입약이라도 팔자`
재계약 실패·판권 중도 회수 등 사례 늘어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국내제약사들이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경쟁력 갖춘 의약품이 적다보니 다국적제약사와 신약 판매계약에서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영양수액제의 판매권 계약 해지로 법적소송으로 이어진 한올바이오파마(009420)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올은 지난 2002년부터 박스터와 두 번에 걸친 판권 계약을 통해 영양수액제 3개 품목을 8년 동안 팔아왔다. 지난해 말 계약 만료가 예정된 상황에서 한올 측은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박스터로부터 재계약 결렬이라는 통보를 받게 됐다.
재계약 추진과정에서 공급단가, 매출계획 등 조건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스터의 다음 파트너는 한미약품으로 낙점됐다.
한올 측은 박스터가 일방적으로 재계약을 거절했다며 `판권계약 유효, 한미약품과의 계약 무효 가처분` 등 2개의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박스터의 행태가 우월적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에 제소하는 등 영양수액제 판권 유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올 관계자는 "그동안 상당부분의 적자를 감수하고 수액제를 연간 200억원대 매출로 키웠는데 이제와서 그간의 공로는 무시하고 재계약을 결렬했다"며 "눈앞의 매출 손실뿐만 아니라 수액제 판매를 담당하던 영업사원들의 거취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계약기간 만료 이후 재계약이 불발됐지만 계약 도중에 판권이 회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미약품은 GSK와의 판권 계약으로 판매중이던 3개 품목에 대해 계약 1년만에 회수당했다. 당초 계약 조건에 명시했던 매출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대웅제약도 `보톡스`, `시알리스` 등을 판매하다가 오리지널사에 되돌려준 경험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사는 신약과 같은 경쟁력있는 제품군이 부족해 매출 확대를 위해 다국적제약사의 제품 도입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시장성 높은 의약품의 희소성에 국내업체들은 계약조건이나 재계약 과정에서 다국적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국내사와 다국적제약사와의 공동판촉 계약이 늘고 있어 이러한 현상이 더욱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웅제약(069620)은 `올메텍`, `자누비아`, `포사맥스플러스`, `넥시움`, `프리베나` 등 주력품목 대부분이 다국적제약사로부터 판매권을 가져온 제품이다. 종근당(001630)의 `딜라트렌`, 중외제약(001060)의 `가나톤`·`리바로` 등 간판품목도 수입신약이다.
최근 들어 상위제약사들도 수입신약 판권 획득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동아제약은 GSK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GSK가 개발한 6~7개 품목의 판매를 진행중이다. 유한양행은 UCB제약의 일반의약품을 비롯해 베링거인겔하임의 신약 `트윈스타`의 공동판촉 계약도 맺었다. GSK와 MSD가 최근 내놓은 로타바이러스·자궁경부암 백신은 각각 녹십자와 SK케미칼이 판매를 대행했다.
그동안 수입신약 판매에 소극적이던 한미약품(128940)도 지난 2008년 GSK와의 3개 품목 제휴를 시작으로 룬드백, 박스터 등과 판권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같이 국내 제약사들이 수입신약 판매에 적극적인 것은 차별화된 제품이 부족한 국내사 현실때문이다. 수입약 판매권이라도 가져오지 않으면 포화 상태인 제네릭 시장에서만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