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같은 車는 2대뿐` 88년된 BMW 뮌헨공장

by김보리 기자
2010.03.22 11:26:00

BMW 1호 뮌헨 공장 가보니…
고객 맞춤형 생산으로 1년에 같은 차는 딱 2대뿐
노후화된 근로자 배려, 인체공학적 설비갖춰

[뮌헨 =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독일 뮌헨에서 9번 아우토반을 타고 20분쯤 달리면 4기통 엔진 모양의 BMW 본사와 회오리 구름 모양의 BMW벨트가 나온다.
 
이 화려한 건물들 옆에는 BMW 제 1호 공장인 뮌헨 공장이 위치하고 있다. 우리로 치면 서울 양재동의 현대·기아차 사옥과 울산 공장이 도시 한 가운데 함께 있는 셈이다. 
 
1922년 모토사이클 제조로 시작한 뮌헨 공장은 올해로 88년의 역사를 지녔다. 자동차 생산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며 저마다 최첨단 공장을 자랑하는 흐름 속에서 80여 년 역사의 공장은 오히려 요즘 세태에는 맞지 않아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이 오래된 뮌헨 공장에서 BMW가 독일의 상징을 넘어 유럽 자동차의 자존심으로 자리한 비결을 읽을 수 있었다.

BMW는 경기침체로 럭셔리 자동차 수요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세전 이익은 더 늘어나며 선방했다. 50여 년 이상 흑자 행진이다. 20여 년 연속 무파업 전통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1호 공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일까. 뮌헨 공장의 첫 인상은 여느 자동차 공장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아니 오히려 시설과 설비면에선 최근에 지어진 최첨단 공장에 비해 겸손하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 BMW 뮌헨 공장 생산 현황

뮌헨 공장은 BMW의 주력 제품인 3시리즈의 세단형과 투어링을 연 20만대 규모로 생산하고 있다. 또 BMW의 자랑인 8·10·12기통 엔진과 M5 등에 탑재되는 고성능 엔진도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뮌헨 공장을 최고로 만드는 것은 첨단 설비가 아니라, 근로자들의 숙련도와 정밀함이었다. 하드웨어는 80년의 낡은 공장이었지만, 숙련공들의 정밀함으로 또 다른 소프트웨어를 창조한 것.
 
프란츠 테오볼트 BMW 공장 홍보담당자는 "뮌헨 공장의 자랑 중 하나는 근로자들의 숙련도"라며 "지난 2004년 독일 라이프치히에 새로운 공장에 지을 때도 그곳 근로자들은 2년간 이 공장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뮌헨 공장은 BMW 근로자들의 양성소인 셈이다.

테오볼트 담당자는 "프레스 공정·차체 조립 공정 등 모든 공정은 97%이상 자동화를 이뤘지만 거의 모든 라인에 600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배치, 품질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뮌헨 공장은 철저한 고객 맞춤형 생산으로 운영된다. 연간 20만대를 생산하는 뮌헨 공장에서 1년에 생산되는 20만대 중 완전히 동일한 차는 딱 2대 생산된다는 말에 귀를 의심했다.
 
같은 BMW 3시리즈라고 해도 내외부 색상, 모든 편의 사양이 모두 고객 맞춤형으로 조금씩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 BMW 뮌헨 공장 전경

테오볼트 씨는 "회사 자체에서 전년도 통계를 기본으로 임의대로 생산하는 차량은 전체 생산의 2%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기준이자 가치는 고객과 고객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오후 5시. 한창 공장이 돌아가야 할 시간, 생산 라인은 잠시 섰고 근로자들은 쉬고 있었다. 근무 시작 2시간 만의 휴식시간으로 오후 조는 1시간을 30분과 15분씩 2번을 나눠 휴식을 취했다.
 
▲ 근로자가 차체 조립을 하는 모습
뮌헨 공장의 또 다른 자랑은 생산직 근로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다. 낡은 공장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특별한 공장으로 만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였다.



뮌헨 공장에는 밤샘 근무가 없다. 2교대가 운영되지만 1교대가 아침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2교대가 오후 3시부터 밤 12시까지 운영해 밤샘 근무를 없앴다. 근로자들의 건강을 배려한 조치이기도 하다.

공장 내부에선 머리가 희끗희끗한 연로한 근로자들이 유난히 자주 보였다. 생산성을 위해 젊은층을 선호하는 여느 공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뮌헨 공장은 노령화 된 근로자들을 위해 인체 공학적 설계를 적용한 공장으로도 유명하다. 가장 적은 힘으로 기계를 움직이고, 공구 배치 또한 노안으로도 쉽게 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최근에는 노령화된 근로자들을 위해 눈의 피로도가 높은 공정에는 확대경을 설치하기도 했다.
 
기술력을 확보한 노(老)근로자들을 그만큼 배려하기 위해서다. 일률화된 생산성이 아닌 누적된 그들의 노하우를 그만큼 존중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배려 때문인지 여성 근로자들도 많은 편이다. 전체 근로자의 10%가 여성 근로자들이며, 시각 장애인 근로자도 함께 일하고 있다.

"뮌헨 공장에는 다양한 휴가와 탄력 근무제 등 200여 개의 유연한 근로 스케줄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테오볼트 씨의 말에 놀라 다시 한번 반문했다. 오전·오후조 정도가 있는 우리의 근로 여건과 또 다른 모습이었다.
 
뮌헨공장은 탄력근무제와 교환근무제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일감이 많을 때 연장근무를 하고 한 주의 법정근로시간인 35시간을 초과한 시간은 수당 대신 `시간 관리 계좌`에 적립할 수 있다. 일감이 없을 때는 저금한 시간을 휴가로 대체해 사용할 수도 있다.

공장 관계자는 "교환근무제를 통해 인근 공장의 생산량에 맞춰 근로자들을 파견하기도 한다"면서 "재고 관리 또한 이런 탄력적인 근무제로 조절한다"고 말했다.

이런 배려 때문일까. 뮌헨 공장은 생산률도 최고 수준이다. 유연한 근무제를 도입한 후 생산성이 30% 정도 향상됐고, 10여 년간 국내 생산 증가율도 45%를 웃돌며 세계 자동차 최고 수준이란 설명. 뮌헨 공장은 JD파워가 선정한 최고의 공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