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수능 발언' 후폭풍 확산…일타강사 반발에 이주호 책임론도

by신하영 기자
2023.06.18 16:30:55

尹 ‘교육과정 내 수능 출제’ 발언 후 교육부 국장 경질
정치권 “출제 오류도 아니고 모평 어렵다고 경질하나”
“尹 발언, 사교육 개혁이 진의인데 난이도 논란 곤혹”
“교육 백년대계인데 대통령 즉흥발언에 멘붕” 비판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발언’ 후폭풍이 교육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확산하고 있다. 교육부는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대한 감사를 예고했으며, 정치권에선 ‘이주호 책임론’까지 등장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브리핑을 잘못해 대통령의 ‘사교육 개혁’ 발언의 진의가 ‘쉬운 수능’으로 변질돼 전달됐다는 이유에서다.

18일 교육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은 지난 15일 이 부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교육개혁 관련 보고를 마친 후 벌어졌다. 이 부총리는 보고 이후 브리핑에서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해당 발언이 수능 난이도 논란으로 번지자 같은 날 대통령 발언을 바로잡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부총리의 해당 발언이 윤 대통령의 실제 발언과 달라서 이를 바로 잡은 것”이라며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을 수능에서 다루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니냐는 것이 대통령 발언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인가”란 대통령의 질책성 언급도 덧붙였다.

교육부는 이어 16일 대입 담당 국장인 이윤홍 인재정책기획관을 경질하고 심민철 디지털교육기획관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 부총리는 교육과정 내 수능 출제란 기조가 본 수능에 반영되도록 6월 모의평가부터 관리할 것을 대입 담당 부서에 지시했다”며 “이런 취지가 반영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 담당 국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일 치러진 6월 모의평가는 전년 수능보다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모의평가의 국어 ‘언어와 매체’ 표준점수 최고점 추정치는 138점으로 작년(2023학년도) 수능(134점) 대비 4점 상승했다. 수험생들의 상대적 성취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산출하는 표준점수는 시험이 어려울수록 상승하며 쉬울수록 하락한다. 수학의 경우 ‘미적분’ 표준점수 최고점 추정치가 149점으로 전년 수능(145점) 대비 4점이, ‘기하’ 역시 전년 수능(142점)보다 표점 최고점 추정치가 5점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의 진의는 학원에 다녀야 수능을 대비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사교육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면서도 “수능 난이도 논란으로 확대돼 곤혹스럽다”고 전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수능 출제 오류도 아니고 모의평가가 어렵다며 담당자를 문책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대통령이 카르텔 등 강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그 근거로 제시한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수능 발언이 알려지자 학원가도 들썩이고 있다. 수학 유명 강사인 현우진 씨는 인스타그램에 관련 언론보도를 공유하면서 “애들(수험생들)만 불쌍하다”며 “(수능이) 어떤 난이도로 출제될지 종잡을 수 없으니 모든 시나리오에 다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어 강사 이원준 씨는 “섣부른 개입은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 원인이 된다”고 했다. 사회문화 강사 윤성훈 씨도 “교육은 백년대계인데 대통령의 즉흥 발언으로 모두가 멘붕(멘탈붕괴) 상태”라고 했다.

교육부가 담당 국장 문책에 이어 평가원 감사 카드까지 꺼내든 이상 올해 수능은 전년 대비 쉬워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국어 독서 문항에서 생명과학·국제경제 등 타 교과목의 지식을 요하는 고난도 지문은 줄고 대신 교과서·EBS 지문을 활용하는 문제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학에서도 정답률이 5% 이하의 초고난도 문항 수는 축소될 전망이다.

다만 수능이 쉬워질 경우 반수생이 늘어나고 최상위권 변별력이 저하, 의대 쏠림이 지금보다 심화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생긴다. 특히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학생이 급증하면 오히려 수험생 간 경쟁은 고교 내신으로 확대될 수 있다. 대입에선 특정 전형요소 비중을 높이면 다른 요소의 영향력이 커지는 ‘풍선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해명한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장상윤 차관은 “수능 난이도를 조절하자는 의도가 아니며 출제 범위에 대한 것”이라며 “어려운 문제가 출제돼도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출제돼야 한다는 게 기본 기조”라고 했다.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내지 말라는 것이지 난이도를 낮추란 뜻은 아니었다란 해명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해 수능 수학 문항 46개 중 8개가 고교 과정의 수준·범위를 벗어나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수능은 쉬워질 것으로 본다”라며 “평가원이나 수능출제위원들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킬러문항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도 오는 9월 6일 치러질 모의평가에 대해 “EBS 교재·강의 등 연계 교재에 포함된 도표·그림·지문 등을 통해 수능과의 연계 체감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