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현아 기자
2013.05.07 11:09:15
국내 최대 규모 기자실 오픈..회사 현안은 임원 입으로 설명
과도한 열정이 혼란주기도..내용이 핵심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창조경제가 화두인 요즘, 재계와 정부의 홍보맨들이 언론인들과 더 친절하고 더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이나 정부가 주도했던 양적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꿔 일자리와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려면 이해 당사자 간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한데, 기업이나 정부로선 어느 때보다 대 언론관계에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KT(030200)는 7일 광화문 지사 15층에 국내 최대 규모의 기자실을 새롭게 오픈했다. 10년 동안 같은 자리에 있었던 8층 기자실을 옛 정보통신부 시절 장관이 머물렀던 15층으로 이전하면서, 좌석 수도 20개에서 46개로 늘렸다. 여기에 별도 브리핑실은 물론 남·여 휴게실도 분리해 정부청사의 기자실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그 뿐만 아니라 KT는 얼마 전 이석채 회장 5월 자진사퇴설에 대한 사실관계 규명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민감한 사안임에도 그날 나왔던 발언록을 있는 그대로 녹취해 기자들에게 서비스하는 센스도 보여줬다.
SK텔레콤(017670) 역시 작년보다 훨씬 친절한 홍보로 눈길을 모은다. 올해 들어서만 가입자 간 무제한 음성통화 간담회, 기존 LTE보다 속도가 최대 2배 빠른 LTE-A 시연회 등을 열면서 보조금 경쟁 대신 서비스 품질경쟁으로 나가는 회사 전략을 고위 임원들이 직접 나와 설명하고 있다. 8일에는 하성민 대표이사가 직접 간담회를 열어 ICT 생태계에서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SK텔레콤의 계획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은혜 KT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기자 여러분이 맘 편하게 일하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드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논란이 되는 일이 있다면 무조건 숨기기보다는 솔직히 털어놓고 대화하면 오해도 풀린다”고 말했다.
비단 통신업계에서만 대 언론 관계를 새롭게 만들고 있는 게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벌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관심사에 기반을 둬 소통하기 위해 홍보실을 본부로 격상했다. 그러면서 기자단과 협의해 제비뽑기를 통해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벤치 마크할 만 한 국가를 현장 취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홍보 열기가 혼란을 주는 일도 있다. 어제 방송통신위원회는 오후 브리핑을 1시간 전에 공지하면서 ‘이경재 방통위원장, 재난방송확대개선’관련 내용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의 카메라까지 급히 기자실로 이동했는데, 이경재 위원장이 중앙안전관리위원회 회의를 가면서 “재난 방송 확대가 중요하니 홍보에 신경 쓰라”고 말한 게 와전된 것이다. 홍보협력담당관이 브리핑한다는 사실은 문자로도 공지됐지만, 언론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한 기자는 “홍보맨들이 창조경제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정확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면서도 “하지만 내용이 뒷받침되지 않고 형식만 강조하면 피로감만 늘 수 있다”고 말했다.